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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기로 살아난 그... "이젠 생존장병 위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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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 인터뷰

쥐고기로 살아난 그... "이젠 생존장병 위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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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그는 가난했다. 가난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도 잃었다. 가난이 지겨웠다.

아버지는 돈을 벌 생각에 가족을 두고 혼자 일본 밀항선을 탔다. 생계를 짊어진 어머니는 친정인 경남 의령군으로 어린 식솔 4남매를 데리고 낙향했다. 더부살이에 굶는 날이 먹는 날보다 많았다. 형과 누나는 돌아다니며 얻어먹어서 괜찮은데 다섯 살인 그와 두 살인 남동생은 심한 영양실조에 걸려 방 한쪽 구석에 누워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기운이 없어 널브러져 있던 어느날 어머니가 참기름냄새가 나는 고기를 가지고 왔다. 동생과 허겁지겁 먹고 나니 기운이 났다. 하지만 동생은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고기는 쥐였다.


그 쥐를 먹고 기운을 차린 다섯 살 어린아이가 지난해 12월 천안함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다. 조용근 이사장(세무사회 회장)이다. 조 이사장은 1966년 6월 20일 국세청이 개청하면서 9급으로 들어가 지방청장까지 올랐다. 38년 7개월간 세금일만 하다 2004년말 퇴직했다. 퇴직 후 국세청 고위직들은 대개 로펌행을 택했지만 조 이사장은 세무법인을 세웠다. 세무법인 2년이 채 안돼 직선으로 뽑힌 한국세무사회 회장에 선출돼 연임까지 했다. 연임까지 해 지금은 4년째 접어들었다.

조 이사장은 "참 열심히 일했지요. 주변에서 좀 더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하는데, 별로예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의 유창한 말솜씨에 이력을 들춰보니 특이한 이력이 있었다. 조 이사장은 "제가 언론사 세무조사 파동이 있었던 2001년에 국세청 공보관으로 근무했어요. 한쪽에서는 언론탈세를 조사 중인데 기자들과 상대하려니 참 힘들었죠"라며 웃음을 지었다. 한참을 생각에 빠진 조 이사장은 "깐깐한 기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느끼는 것도 있었어요. 사람은 모두들 자존심을 세워주고 속이지 않는다면 통하더라구요"


국세청 공보관출신의 세무사회 회장. 그와 천안함재단과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일까. 의외라는 생각에 다시 질문을 던졌다.


"작년 5월에 세무사회 회원들의 성금을 가지고 KBS모금방송에 출연했지요. 당시 고등학교후배인 강희락 경찰청장, 김인규 KBS사장, 셋이 함께 점심식자 자리를 했는데 김인규 사장이 성금을 어떻게 운영해야할지 고민하더라구요. 강일학 청장이 그때 세무에 대해 해박한사람을 옆에 두고 걱정도 많다며 저를 추천한 겁니다"


이렇게 인연을 만든 조 이사장은 지난 12월 국민성금 395억 5400만원 중 유족지원금 250억원을 제외한 잔액 145억 5400만원으로 출범했다. 아무리 회계전문가이지만 아픔을 겪은 유가족과 생존장병에게 돈을 얼마나,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조 이사장은 "처음에는 유가족과 생존장병들 사이가 참 껄끄러웠어요. 그래서 고민끝에 한자리에 모였지요. 지난 1월 24일 해군회관에 모두 초청해 그들의 위로하고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1인당 5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했죠"


쥐고기로 살아난 그... "이젠 생존장병 위해 뛴다"



지금은 유가족들이 오히려 생존장병들을 아끼고 내 자식이라며 먼저 연락하고 안아준다고 한다. 천안함재단은 '돌아온 죄인'취급을 받았던 생존장병들을 위해 멘토링사업을 진행 중이다. 조 이사장도 최원일 함장 등 10여명이 멘토 대상자다.


얼마전에 최원일 함장과 서울시내에서 식사를 했다는 조 이사장은 "함장이 격려금을 사회단체에 다시 기부했다고 하더라구요. 아들이 있는데 천안 북일고를 입학했다며 자식들 걱정을 하길래 제가 힘내라고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석성장학회에서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어요"


석성장학회는 조 이사장이 이끄는 개인장학회로 아버지 조석규씨, 어머니 강성희씨의 가운데 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천안함 생존장병들을 '돌아온 죄인'이 아닌 '돌아온 우리 영웅들'이라며 치켜세우는 조 이사장은 "몇 일전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을 만나 민간인 104명을 데리고 정기적으로 인천에서백령도까지 1박2일로 안보교육을 하자고 제안했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조 이사장은 "김 총장이 참 좋아합디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그래서 오는 5월부터 대학생을 104명을 군함에 태워 안보교육을 진행하려 합니다. 104명이란 숫자는 천안함 승선장병 숫자입니다. 그래서 딱 104명만 태우고 갑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의 핸드폰은 멈출 줄을 몰랐다. 슬며시 스케줄을 보니 25일 천안함 피격 1주기 추모세미나, 추모음악회. 26일 국립대전현충원 추모식, 서울시청광장 범시민추모제, 27일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제막식 참석 등이 줄을 이었다.


그에게 하나만 더하겠다며 질문을 했다. 그에게 가난은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를 듣고 싶었다.


조 이사장은 "가난은 부자로 태어나기 위한 과정이죠. 가난해서 부자가 되면 가난한 사람들이 보여요. 가난한 사람을 볼 수 있는 여유. 나눠줄 수 있는 행복감.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만이 갖는 특권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도중 사무실에 쌓여있는 사회봉사활동의 사진들과 감사패를 보며 그가 왜 가난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는지 알 수 있었다.




양낙규 기자 if@
사진= 이재문 기자 mo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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