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쥐고기로 살아난 그... "이젠 생존장병 위해 뛴다"

시계아이콘02분 0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조용근 천안함재단 이사장 인터뷰

쥐고기로 살아난 그... "이젠 생존장병 위해 뛴다"
AD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그는 가난했다. 가난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도 잃었다. 가난이 지겨웠다.

아버지는 돈을 벌 생각에 가족을 두고 혼자 일본 밀항선을 탔다. 생계를 짊어진 어머니는 친정인 경남 의령군으로 어린 식솔 4남매를 데리고 낙향했다. 더부살이에 굶는 날이 먹는 날보다 많았다. 형과 누나는 돌아다니며 얻어먹어서 괜찮은데 다섯 살인 그와 두 살인 남동생은 심한 영양실조에 걸려 방 한쪽 구석에 누워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기운이 없어 널브러져 있던 어느날 어머니가 참기름냄새가 나는 고기를 가지고 왔다. 동생과 허겁지겁 먹고 나니 기운이 났다. 하지만 동생은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고기는 쥐였다.


그 쥐를 먹고 기운을 차린 다섯 살 어린아이가 지난해 12월 천안함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다. 조용근 이사장(세무사회 회장)이다. 조 이사장은 1966년 6월 20일 국세청이 개청하면서 9급으로 들어가 지방청장까지 올랐다. 38년 7개월간 세금일만 하다 2004년말 퇴직했다. 퇴직 후 국세청 고위직들은 대개 로펌행을 택했지만 조 이사장은 세무법인을 세웠다. 세무법인 2년이 채 안돼 직선으로 뽑힌 한국세무사회 회장에 선출돼 연임까지 했다. 연임까지 해 지금은 4년째 접어들었다.

조 이사장은 "참 열심히 일했지요. 주변에서 좀 더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하는데, 별로예요"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의 유창한 말솜씨에 이력을 들춰보니 특이한 이력이 있었다. 조 이사장은 "제가 언론사 세무조사 파동이 있었던 2001년에 국세청 공보관으로 근무했어요. 한쪽에서는 언론탈세를 조사 중인데 기자들과 상대하려니 참 힘들었죠"라며 웃음을 지었다. 한참을 생각에 빠진 조 이사장은 "깐깐한 기자들을 상대하다 보니 느끼는 것도 있었어요. 사람은 모두들 자존심을 세워주고 속이지 않는다면 통하더라구요"


국세청 공보관출신의 세무사회 회장. 그와 천안함재단과 무슨 인연이 있는 것일까. 의외라는 생각에 다시 질문을 던졌다.


"작년 5월에 세무사회 회원들의 성금을 가지고 KBS모금방송에 출연했지요. 당시 고등학교후배인 강희락 경찰청장, 김인규 KBS사장, 셋이 함께 점심식자 자리를 했는데 김인규 사장이 성금을 어떻게 운영해야할지 고민하더라구요. 강일학 청장이 그때 세무에 대해 해박한사람을 옆에 두고 걱정도 많다며 저를 추천한 겁니다"


이렇게 인연을 만든 조 이사장은 지난 12월 국민성금 395억 5400만원 중 유족지원금 250억원을 제외한 잔액 145억 5400만원으로 출범했다. 아무리 회계전문가이지만 아픔을 겪은 유가족과 생존장병에게 돈을 얼마나,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조 이사장은 "처음에는 유가족과 생존장병들 사이가 참 껄끄러웠어요. 그래서 고민끝에 한자리에 모였지요. 지난 1월 24일 해군회관에 모두 초청해 그들의 위로하고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1인당 500만원씩 격려금을 지급했죠"


쥐고기로 살아난 그... "이젠 생존장병 위해 뛴다"



지금은 유가족들이 오히려 생존장병들을 아끼고 내 자식이라며 먼저 연락하고 안아준다고 한다. 천안함재단은 '돌아온 죄인'취급을 받았던 생존장병들을 위해 멘토링사업을 진행 중이다. 조 이사장도 최원일 함장 등 10여명이 멘토 대상자다.


얼마전에 최원일 함장과 서울시내에서 식사를 했다는 조 이사장은 "함장이 격려금을 사회단체에 다시 기부했다고 하더라구요. 아들이 있는데 천안 북일고를 입학했다며 자식들 걱정을 하길래 제가 힘내라고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석성장학회에서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어요"


석성장학회는 조 이사장이 이끄는 개인장학회로 아버지 조석규씨, 어머니 강성희씨의 가운데 자를 따서 만든 이름이다. 천안함 생존장병들을 '돌아온 죄인'이 아닌 '돌아온 우리 영웅들'이라며 치켜세우는 조 이사장은 "몇 일전 김성찬 해군참모총장을 만나 민간인 104명을 데리고 정기적으로 인천에서백령도까지 1박2일로 안보교육을 하자고 제안했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조 이사장은 "김 총장이 참 좋아합디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그래서 오는 5월부터 대학생을 104명을 군함에 태워 안보교육을 진행하려 합니다. 104명이란 숫자는 천안함 승선장병 숫자입니다. 그래서 딱 104명만 태우고 갑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그의 핸드폰은 멈출 줄을 몰랐다. 슬며시 스케줄을 보니 25일 천안함 피격 1주기 추모세미나, 추모음악회. 26일 국립대전현충원 추모식, 서울시청광장 범시민추모제, 27일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제막식 참석 등이 줄을 이었다.


그에게 하나만 더하겠다며 질문을 했다. 그에게 가난은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를 듣고 싶었다.


조 이사장은 "가난은 부자로 태어나기 위한 과정이죠. 가난해서 부자가 되면 가난한 사람들이 보여요. 가난한 사람을 볼 수 있는 여유. 나눠줄 수 있는 행복감. 이것은 가난한 사람들만이 갖는 특권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도중 사무실에 쌓여있는 사회봉사활동의 사진들과 감사패를 보며 그가 왜 가난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는지 알 수 있었다.




양낙규 기자 if@
사진= 이재문 기자 mo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