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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 통합과학교육, 흔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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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85% 실시…곳곳서 혼란
20년 숙원, 교과부 적극 나서야


[사이언스 포럼] 통합과학교육, 흔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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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올해부터 전국 2400여곳 고등학교 중 85%에서 전혀 새로운 과학 교육이 시작됐다. 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기존의 과학 교육에서 완전히 벗어나 민주화된 과학기술 시대를 살아가야 할 모든 학생에게 반드시 필요한 '융합형' 과학 교육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다. 구체적인 과학 개념보다 현대 과학의 총체적인 성과와 의미를 소개하는 것을 더 강조하고, 지나치게 분과적인 과학 교육의 틀을 획기적으로 넘어서는 융합적 시각에서 우주, 지구, 생명, 문명에 대한 현대 과학적 이해를 소개하는 것이 핵심적인 목표다.

융합형 과학은 무너져 가는 초중등학교의 과학 교육을 되살리기 위해 지난 10여년 동안 과학계, 과학교육학계, 현장 교사들이 힘을 합쳐 어렵게 만들어낸 역작이다. 물리학회, 화학회, 생명과학협회, 지구과학회, 과학교육학회, 전국과학교사협회가 추천한 29명의 연구진이 직접 참여했다. 또한 과총, 과학기술한림원, 공학한림원을 비롯한 12개 과학기술 단체가 적극적인 지지를 표시했다. 20여년 전부터 필요성이 절실하게 제기됐던 '통합교육'의 꿈을 드디어 실현시킨 것이다.


사실 융합형 과학은 이 정부가 내놓은 '2009년 교육과정'의 가장 핵심적인 성과였다. 공교육 내실화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융합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과감한 정책적 결단에 의해 탄생한 것이 바로 융합형 과학이다. 더욱이 극심한 교과 이기주의에 의한 과목 쪼개기의 폐단을 바로잡는 현실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의도도 있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가 모두 '융합형'을 지향하도록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물론 융합형 과학에도 어려움이 있다.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으로 철저하게 나눠진 과학 교사들에게 융합형 과학은 몹시 낯선 것이다. 정확한 과학 개념을 강조하는 정형화된 교육과 평가에서 벗어나 스토리텔링 중심의 인문학적 교수법과 평가 기법을 새로 익혀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융합형 과학의 도입 과정에서 그런 어려움은 충분히 예상했던 것이었다. 그런데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고등학교에서는 융합형 과학을 기간제 교사에게 떠넘겨버리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애써 융합해놓은 교육과정을 다시 분과로 나눠서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융합형 과학이 곧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괴담도 나도는 모양이다.


정작 정책적으로 융합형 과학을 선택했던 교과부의 입장이 묘하다. 지금까지 교과부에서 융합형 과학에 대해 그 흔한 보도자료 한 번 내놓은 적이 없다. 하반기에 시작한 교사 연수에도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융합형 과학의 도입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점검해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은 적이 없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교과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 혹시라도 융합형 과학이 학교 현장에서 안착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에 발생할 문제는 온전하게 교과부의 책임이다. 교과부가 강 건너 불 구경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융합형 과학의 탄생 배경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융합형 과학은 '모두를 위한 과학 교육'을 원하는 과학계와 과학교육학계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수학과 과학 교육과정을 독립시켜 과학창의재단에 맡긴 것도 그런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과학계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제 와서 과학계와 과학교육학계의 협력을 거부하고 충분한 전문성과 인력도 갖추지 못한 과학창의재단이 독자적으로 직접 수학과 과학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하도록 맡길 수는 없다. 과학 교육 강화를 통한 공교육 내실화에 기여하겠다는 과학계의 의도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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