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패드2' 뚜껑 열어보니, 대항마 '허니콤' 사양에 중점 "당했다"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애플 아이패드2를 겨냥해 구글의 '허니콤' 태블릿PC를 준비중인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휴대폰 업체들이 '애플에 당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초 하드웨어 사양 경쟁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했지만 실제는 애플이 가격 인하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15일 아이패드2 판매량이 판매 첫날 6시간만에 60만대를 넘어서며 사흘만에 10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이 분석한 아이패드2의 최대 경쟁력은 가격이다. 와이파이(무선랜) 전용 16기가바이트(GB) 아이패드2의 가격은 499달러에 불과하다. 구글 허니콤 전용 태블릿PC를 개발 중인 휴대폰 업체들의 800~900달러 수준보다 크게 낮다.
이는 당초 업계의 예상에서 크게 빗나간 것이다. 구글은 아이패드를 겨냥하고 태블릿PC 전용 운영체제(OS) '허니콤'을 개발했다. 허니콤은 기존 안드로이드 OS와 전혀 다른 사용자환경(UI)과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내장했다. 안드로이드폰과는 달리 표준화된 하드웨어 사양도 요구했다.
구글이 휴대폰 업체들에게 제안한 하드웨어 사양은 중앙처리장치(CPU)로 엔비디아의 '테그라2'를 채택하고 LCD는 9인치 이상, 1280×800 해상도, 자이로스코프, 전면과 후면에 모두 카메라를 장착할 것 등이다.
구글은 2D로 제공하던 구글맵을 태블릿PC에서 3D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 3D 그래픽 처리 기능을 크게 강조했다. UI면에서도 기존 안드로이드폰보다 더 복잡한 기능을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이용하기 위해 더 빠른 CPU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구글의 이런 결정은 허니콤 탑재 태블릿PC의 부품원가를 높였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한 CPU를 두고도 엔비디아의 CPU를 사용해야만 했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처지다.
업계는 아이패드2의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하드웨어 사양 경쟁을 예상했지만 애플이 가격 경쟁에 나서며 태블릿PC 시장 전략을 새로 내놓아야 될 상황에 빠진 것이다.
국내 휴대폰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허니콤용 태블릿PC는 아이패드2 중 가장 싼 가격인 499달러에 판매가 불가능하다"면서 "원가 자체도 높고 애플과 달리 유통 및 물류비 비중도 높아 적정 마진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정하고 있던 가격인 700~800달러에 그대로 출시하거나 하드웨어 사양을 낮추자니 아이패드2와 경쟁이 어려울 것 같고 억지로 가격을 내리자니 적정 마진을 기대하기 어려워 일부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허니콤은 OS 측면에서 아이패드에 사용된 iOS 보다 완성도가 높다. 강력한 멀티태스킹 기능과 보안 기능은 업무용으로 바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기존 안드로이드폰용 애플리케이션과 호환이 어렵다는 점은 단점이다. 이미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은 겪어온 일이지만 상당수 애플리케이션들이 허니콤에서 실행이 안되고 있다. 아이패드에 비해 강점 중 하나인 어도비의 플래시 지원도 아직 되지 않는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아이패드2와 허니콤 태블릿PC의 싸움은 아이패드1 당시보다 더 힘들게 전개될 것"이라며 "뚜렷한 대안도 없어 태블릿PC 시장에 대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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