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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국토부 첫 여성 국장 "일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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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 첫 기술직 여성 국장..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다" 다짐


김진숙 국토부 첫 여성 국장 "일이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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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흔히들 여장부, 여걸 등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물며 정부 부처 가운데서도 남성 중심 조직문화가 강한 국토해양부의 '여성 최초 국장'이라면 더더구나 그럴 것이다.


김진숙 국토해양부 기술안전정책관(51. 사진)은 어떨까.자그마한 체구에 부드럽고 차분한 인상의 그는 지난 8일 정부 부처 첫 여성 기술직 국장으로 임명돼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됐다. 그는 오히려 그런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여성 1호라는 점에서 인터뷰 요청도 들어오는데 괜스레 죄송한 마음이다. 여성으로서의 정체성보다는 몇 기수인지 이런 것을 더 염두에 둔다. 요즘은 국토부에 여자 후배들도 많이 있어 예전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기술고시 23회 출신인 김 국장은 1989년 건설부 임용 당시에도 첫 여성 사무관으로 주목 받았다. 이후에도 건설안전과장·건설기준과장 등을 지내며 국토부의 첫 여성 과장 선임 기록도 세웠다.


올해로 공무원 생활 23년차인 김 국장이 느끼는 국토부는 남성중심보다는 세련된 정책을 내놓는 부처라는 이미지다. 그는 "겉으로 보기엔 거칠고 험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 이면에 끈끈한 유대감과 인간적인 면이 있다"라며 "남성들이 많은 조직 분위기가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요즘은 오히려 편하다"고 말했다.


인하대 재학시절에도 토목·건축 계열 100명 중 유일한 여학생으로 지냈다. 졸업할 때 여학생이 4명으로 늘긴 했지만, 딱히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고 묵묵히 자기 할일을 해내는 스타일이었다.


1999년 사무관이던 시절, 도시계획과에서 건설이전과로 부서를 옮겨 기술안전 업무 가운데서도 건설공사 감리 부문을 담당하게 됐다. 공사감리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에 따라 도입된 제도여서 주변에서는 어려운 감리 업무를 여성이 맡아서 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 때 담당 과장한테 한 달만 믿고 맡겨 보라, 그 이후에도 마음에 안들면 그때 바꿔달라고 얘기했다. 그러고선 한 달간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 이후엔 원래 사무관 2명이서 하던 일을 혼자 다 맡게 됐다. 업계 반응도 즉각적으로 나오니 재밌었다. 감리 업무와 궁합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당시 책임감리제가 걸음마 단계였는데 여기에 대한 개선안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 정부부처 공무원으로서의 매력도 느꼈다. '사심없이, 올바른 방향을 잡아서 제도를 개선하는 묘미가 중앙 부처 공무원의 마약'과도 같단다.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턴키·대안 설계 심의, 설계용역업자 선정제도 개선안 등을 마련한 것도 김 국장의 성과다.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됐었던 턴키공사(설계 및 시공 일괄발주) 입찰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는 것에 주력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청렴한 성격은 인터뷰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급하게 걸려온 전화기에 대고 "꽃집하시는 분들에겐 정말 죄송하지만 화환은 안받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소리가 들린다. 국장 승진 축하 화환을 보내겠다는 전화가 오지만 그때마다 정중히 거절한다. "다른 건 모르겠고 친화력은 있는 거 같다. 10살 연상인 한 지인은 나를 보고 엄마나 큰 누나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술자리에서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도 좋아한다"라고 말한다. 남편과 중학생인 두 아들 사이에서 홍일점인 그의 적극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김 국장은 "재작년 9월 유방암 판정을 받고 몸이 아파 여기저기서 너무 일을 많이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많이 해줬다"며 "건강하게 업무에 복귀하게 돼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포부를 묻자 그는 손사래치며 답변했다. "항상 미래의 꿈이나 희망을 물어볼 때마다 특별한 답변이 없어 죄송하다. '뭐가 되겠다'는 이런 건 없다. 다만 어느 자리에 있으나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진솔한 그의 내면을 드러내는 그가 앞으로 어떤 해결사 역할을 할지 기대된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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