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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산업 삼국지③대중문화 콘텐츠산업]亞 ‘소시’에 반하고 ‘카라’에 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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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아이돌 K-Pop '한류폭풍' 아시아 정벌…홍콩 느와르, J-Pop은 시대흐름 못읽고 몰락

연예인을 좋아해 본 적이 있는가? 혹여 연예인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즐겨 듣는 노래나 즐겨 보던 영화, 드라마는 있지 않았는가? 시대에 따라, 또는 본인의 기호에 따라 선호하던 연예인이나 작품은 모두 다르다.


어떤 이는 남진, 나훈아 등 6070세대 한국 가수를 선호할 수 있고, 어떤 이는 최근의 아이돌 스타를 첫 손에 꼽는 이가 있다. 누군가는 선글라스를 끼고 성냥을 씹던 주윤발에 열광했다는 이가 있고, 혹자는 일본 비주얼 록의 전설인 엑스재팬(X-Japan)의 노래에 눈물을 흘렸다는 이도 있다.

[한·중·일 산업 삼국지③대중문화 콘텐츠산업]亞 ‘소시’에 반하고 ‘카라’에 혹했다 아시아 최대의 음반 시장인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소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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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홍콩 영화 전성시대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인은 중국과 일본 문화에 열광했고, 중국인과 일본인은 한국 문화에 열광한다. 유독 극동 아시아인들은 주변 3국의 대중문화 콘텐츠산업에 관심이 깊다.


생김새와 정서가 비슷한데다 트렌드까지 서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나라에 없는 특별한 문화를 이웃나라에서 서로 찾다보니 극동 아시아 3국의 대중문화 콘텐츠산업이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현대인들에게 삶의 흥미와 즐거움을 선사해 준 대중문화 콘텐츠산업. 한국, 중국(대만·홍콩 포함), 일본의 대중문화산업은 어떻게 발전했고, 어떤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을까?


과거 문화산업을 통해 가장 큰 재미를 봤던 국가는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국가들이다. 중화권 국가들의 문화 흥행 원동력은 바로 1970년대부터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홍콩 영화에 있다.


홍콩 영화는 한때 극장가에서 늘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영웅본색’ ‘지존무상’ ‘천장지구’ ‘동방불패’ ‘천녀유혼’ 등 특유의 네 글자 한자 제목을 달았던 홍콩 영화는 충무로 흥행 순위에서 늘 윗자리에 있었다. 홍콩 영화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미국 영화와 더불어 외화의 주류로 자리를 잡아왔다.


홍콩 영화의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던 1980년대 후반에는 스크린을 장식했던 홍콩 스타들이 한국 대중문화 시장에 진출해 수많은 소년·소녀 팬들을 설레게 했다. 고 장국영, 성룡, 주윤발, 유덕화, 왕조현 등은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한국 기업의 CF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


특히 주윤발과 왕조현은 1989년 롯데칠성 ‘밀키스’와 해태음료 ‘크리미’ CF에 나란히 등장해 화제가 됐다. 롯데와 해태는 당시 홍콩 스타들의 영향력 덕분에 폭발적인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홍콩 스타들의 문화적 파급력이 얼마나 거셌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당시의 홍콩 스타 마케팅은 해외 스타 마케팅의 시초이자 가장 강력한 성공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홍콩 느와르는 몰락했다. 과거의 영화만 믿고 ‘질’이 아닌 ‘양’으로 승부했다가 실패를 거듭한 것이다. 주윤발, 장국영, 왕조현의 뒤를 잇는 스타 발굴에도 실패했다. 결국 홍콩 영화는 ‘한때 잘 나갔던 왕년의 명화’로 남고 말았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에는 TV 드라마로 중국 문화의 주류가 변화했다. 중국·대만 방송업계는 자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각종 드라마를 한국 시장에 판매했다. 1980년대 한국에서 전성기를 누린 홍콩 영화의 후광을 누려보자는 계산이었다.


중국의 예상은 적중했다. 1995년 KBS를 통해 방영됐던 장편 드라마 ‘판관 포청천’은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또한 2000년대 초 인천·경기지역 민영 TV인 iTV의 전파를 탄 ‘황제의 딸’ 역시 방송 가청지역인 인천을 넘어 전국적인 인기를 끌었다.


중화권 영상 콘텐츠 산업의 잇따른 국내 진출 성공은 훗날 한국 내 중국 전문 케이블TV 채널까지 연이어 생기게 할 정도로 큰 후폭풍을 일으켰다.



90년대 J-Pop·日 애니에 열광


일본의 대중문화는 특유의 섬세함과 독특한 비주얼로 일본은 물론 아시아 전 지역에서 큰 인기를 모았다. ‘J-Pop’으로 불리는 비주얼 중심의 일본 대중음악은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엑스재팬(X-Japan)과 아무로 나미에다. 1990년대 초 전성기를 누린 이 두 스타는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던 아티스트들이다. 한때 엑스재팬의 인기곡 ‘Endless rain’ 등 J-Pop 노래를 통해 일본어를 배운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한국 내에서 인기가 높았다.


일본이 자랑하는 수준급의 애니메이션 역시 일본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사랑을 받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사실적인 묘사와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성으로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일본 대중문화는 일본 외 지역에서 ‘미지의 문화’에 불과했다. 역사적 장애물과 문화적 차이에 따른 우려감 때문에 철저히 봉쇄됐다. 특히 한국은 1965년 양국 간 국교 정상화 후에도 30년 이상 문화 개방을 막았다. 일본산 문화 콘텐츠 중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라고는 TV 애니메이션이 전부였다.


1998년 한국이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선언한 이후 일본 대중문화는 서서히 한국을 비롯해 세계 전역으로 널리 유입됐다. 일본 문화 개방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변국은 일본 문화 개방에 따른 후폭풍이 일어날까 크게 걱정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일본 문화는 그저 일본의 콘텐츠일 뿐이었다.



2000년대 지배자는 한국군단


지금은 일부 마니아층을 제외하고는 일본의 대중문화 콘텐츠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J-Pop이나 애니메이션 모두 암암리에 퍼지던 시절에 비해 인기의 수준이 현저히 떨어졌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당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극장용 일본 영화도 개봉 직전 잠깐의 관심에 불과했을 뿐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생각보다 일본의 콘텐츠 수준이 낮았기 때문이다.


[한·중·일 산업 삼국지③대중문화 콘텐츠산업]亞 ‘소시’에 반하고 ‘카라’에 혹했다 일본은 만화 콘텐츠로 큰 재미를 본 나라다. 여기에는 <이웃집 토토로> 등을 지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노력이 컸다.

과거 아시아 대중문화 콘텐츠의 주류는 중화권 국가와 일본이 쥐고 있었다. 제도권의 콘텐츠를 중화권 국가가 쥐고 있다면, 지하에서 퍼진 콘텐츠의 주류는 일본이 쥔 셈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과거 우리가 중국과 일본의 문화를 동경했던 것처럼 이제는 중국과 일본의 팬들이 한국의 콘텐츠를 동경하고 있다. 아시아 대중문화 콘텐츠 흥행의 중심에 한국 대중문화가 우뚝 섰다. 한류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과거의 한류는 TV 드라마가 주도했다. 일본과 중국에서 배용준, 고 박용하, 류시원 등 꽃미남 남자 배우들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또한 ‘가을동화’ ‘겨울연가’ ‘대장금’ 등 여러 한국 드라마들이 아시아 곳곳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기록했다.


한국 드라마가 있는 곳, 한국인 배우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한류 팬, 특히 아줌마 팬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었다. 또 다른 한류의 중심에는 가수들이 있었다. 1990년대 후반 클론이 중국과 대만 일대를 강타한 이후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인기를 구가했던 가수들이 잇달아 중국과 일본에 진출해 많은 인기를 얻었다.


2011년 한류의 중심에는 아이돌 그룹과 한국의 대중가요 ‘K-Pop’이 있다. 소녀시대의 일본 콘서트는 전례 없는 흥행을 기록했고, 카라의 일본 DVD는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슈퍼주니어는 중국 소녀들이 가장 선호하는 보이그룹의 전형이 됐고,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촉망 받는 초특급 신인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과거의 가수들이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서만 인기를 얻었던 것과 달리, 최근의 아이돌 그룹은 유럽과 미국 등 문화 선진국에서도 호평을 얻고 있다.


아이돌 그룹으로 한류의 중심이 이동한 것은 한국 대중문화 산업 발전에 있어 긍정적 변화로 여겨지고 있다. 정태수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류의 중심이 아이돌 그룹으로 넘어가면서 문화 콘텐츠 소비계층이 아줌마 중심에서 10~20대 중심으로 젊어졌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사례에서 보듯 10대와 20대는 문화적 소비에 큰 신경을 쓰는 계층”이라면서 “앞으로 한류 스타들을 향한 세계 곳곳의 소비가 늘어나면 한국 문화 콘텐츠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코노믹 리뷰 정백현 기자 jjeo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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