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여건, 상당히 어려워"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정부가 "유가 수준별 대응책을 내놓겠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중동 지역 정국 불안에 따른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110달러선을 넘어서는 등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24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사망설에 국제 유가 상승세는 주춤하는 듯했지만,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하루 사이 6.44달러(6.17%) 올라 배럴당 110.77달러까지 치솟았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 위로 상승한 건 2008년 9월 1일(111.64달러) 이후 처음이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25일 오전 정부 과천청사에서 물가안정대책회의를 열고 이런 상황을 언급하며 "만약의 사태가 올 경우 원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과 비축을 통한 수급 안정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유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상황별로 필요한 수단을 철저히 준비해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차관은 "연초 한파에 구제역, 원자재 가격 상승, 여기에 유가 상승에 더해져 당초 올해 경제운용방향을 세울 때보다 물가 여건이 상당히 어려워졌다"면서 "우리가 원유의 약 75%를 도입하는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의 정국 불안이 길어지거나 확산될 경우 국제유가 상승세는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임 차관은 다만 "현재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리비아 등은 우리가 원유를 공급받는 국가가 아닌만큼 정국 불안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원유의 직접적인 수급 불안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울러 "오일달러가 풍부한 만큼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의 대외 금융거래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수 있다"면서 "금융위원회는 시장 동향을 점검하는 시스템을 다시 가동해 달라"고 주문했다.
임 차관은 한편 "무관세로 들여올 돼지고기 물량이 조기에 시장에 풀린다면 삼겹살 가격 등은 곧 안정될 것이고, 농산물은 지난해처럼 기상 여건에 따른 가격 폭등이 나타나지 않도록 선제적인 수급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등록금이 대부분 동결되거나 물가상승률 이내에서 올랐지만, 한 해 등록금이 500만원을 훨씬 웃도는 건 여전히 서민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면서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대학의 재정구조를 손질해 나가겠다"고 했다.
임 차관은 이와 함께 "강남과 목동 등 인기 학군이 몰린 지역의 전세가격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분위기이지만, 국토해양부를 중심으로 전세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없는지 현장 조사를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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