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에서 중동발 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어 경찰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0일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꿈틀된 시위는 경찰 당국의 제압으로 해산됐지만 추가 시위 발발 가능성이 남아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13개 도시에서 중국인 십 여명이 인터넷을 통해 튀니지의 민주화 시위를 표방한 '재스민 혁명(Jasmine Revolution)'을 독려한 협의로 경찰 당국에 체포됐다고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이러한 민주화 시위가 일어난 것은 1989년 천안문 시위 사태 이후 22년만에 사실상 처음이다.
이들은 중국판 트위터인 마이크로블로그 웨이보(微博)를 통해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13개 도시에서 민주화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시민들을 선동했다가 체포된 것으로 드러났다.
웨이보를 통해 자극을 받은 중국인들은 20일 오후 2시께 베이징과 상하이 등 일부 도시에 모여 민주화를 요구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베이징에서는 왕푸징 거리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시위대들이 재스민 꽃을 뿌리며 민주화를 요구하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WSJ은 왕푸징 거리에 모여 민주화를 외친 시민들의 수가 수 백명이 된다고 전했다.
상하이에서도 시위 예고 지역 인근의 스타벅스 매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3명이 연행됐다.
민주화 시위가 예고됐던 광저우, 톈진 등에서는 시위 관련 내용이 접수되지 않아 중국 당국은 13개 도시에서 모두 시위가 일어난 것은 아니라고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중동발 민주화 시위가 중국내 반정부 운동의 불씨가 될까 우려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시위대들은 민주화 시위를 촉구하는 글을 통해 "우리는 중국인으로서 미래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외치는 것 외에도 "우리는 음식을 원한다. 우리는 일하고 싶다. 우리는 집을 원한다."와 같은 정부가 안고 있는 현안 등을 담은 구호를 외쳐 물가상승과 빈부격차로 인한 중국인들의 불만이 시위로 연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조성했다.
중국 정부는 현재 마이크로블로그에 '이집트'와 '재스민'이라는 단어 검색을 차단했고 경찰 당국은 추가 시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13개 도시에 병력을 배치한 상태다.
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서방 언론들은 중국의 이례적인 민주화 시위의 발발 시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 정부는 다음 달 열리는 최대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를 앞두고 있고 내년 임기가 끝나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의 뒤를 이을 당 지도부 교체가 예고돼 있다.
또 치솟고 있는 물가과 정부의 언론 탄압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들이 치솟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20일부터 기름 값은 4.5% 전격 인상했으며 이것은 1월 4.9%까지 오른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추가 상승을 불가피하게 할 전망이다. 또 후 주석은 지난 19일 열린 주요간부 토론회에서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사회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며 인터넷 감독 강화를 주문했다.
중국 밖에서는 튀니지, 이집트에 이어 이란, 리비아, 바레인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인터넷을 동력으로 한 반정부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민주화를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의 30년 장기집권이 막을 내렸고리비아에서는 정부와 시위대간 충돌로 지금까지 200여명이 사망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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