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구제역이 발생한 지 벌써 2개월째지만 기세는 여전하다. 급기야 어제는 청정지역으로 남아 있던 경남지역에 상륙했다. 사상 최악의 구제역 사태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쏟아내며 축산산업을 초토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서 관련 산업에 이르기까지 예기치 못한 후폭풍을 불러 오고 있다. 발등의 불인 구제역 박멸과 함께 '구제역 2개월'에서 비롯된 직간접 피해와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가 우리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직접적으로는 262만마리를 넘어선 가축 살처분이 시장의 수급구조를 흔들고 있다. 돼기고기 값은 두 배가 뛰었다. 젖소의 감소로 '우유 대란'이 초읽기라는 소식도 들린다.(본지 25일자 1면 보도) 살처분된 젖소가 전체의 5%인 2만4000마리에 이르러 우유 생산량이 9%가량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대형 우유생산업체인 서울우유의 경우 집유량이 15% 이상 감소해 오는 3월 개학 이후 학교에 공급할 우유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상황이라고 한다.
업계는 우유의 수급문제를 해결키 위해 해외에서 1만6000여마리의 젖소 수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법 규정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젖소를 들여올 수 있는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은 1000여마리이기 때문이다. 국내 젖소 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우유대란은 다가오는데 마땅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수요는 감소해도 값은 올라가는 이상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돼기고기 값이 크게 뛰었는데 순대는 안 팔리는 식이다. 정육과 갈비 등 설 선물로 인기 있었던 축산물의 매출이 부진하다. 지방경제도 타격을 입었다. 농한기 소득원 역할을 톡톡히 했던 겨울축제가 대부분 취소된 게 대표적 사례다. 축산농가와 식당, 가계 등이 두루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당장은 앞으로 일주일이 관건이다. 설 명절로 대이동이 이뤄지면 구제역이 어느 곳까지, 얼마나 번질지 가늠키 어렵다. 많은 지자체에서 고향방문을 자제토록 권유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설 연휴 전 구제역 종식을 위해 총력전을 펴야 한다.
구제역 초동 대응의 실패가 구제역 후폭풍을 대처하는 과정에서 반복돼서는 안 된다. 우유수급 문제도 그 하나다. 비상상황에서는 경직된 규정에 얽매이기 보다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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