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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꿈꾼 탈북 화가 송벽씨.."북한 제대로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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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 명작 빠삐용. 섬에 갇힌 죄수의 처절한 탈출기를 담은 이 영화의 제목인 프랑스어 '빠삐용(papillon)'은 우리말로 '나비'다. 빠삐용 뿐이랴. 수많은 예술작품에서 나비는 자유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24일 만난 탈북 화가 송벽씨(42) 그림에는 나비와 비둘기가 유독 많다. 의미는 물론 '자유'다. 북한 주민의 삶을 '나비나 비둘기보다 못한' 삶이라고 말하는 송씨. 그는 당연히 누려야 할 자유를 못 누리고 사는 북한 주민의 삶을 전하고 싶어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송씨는 "누구나 누려야 할 자유를 못 누리고 혹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이라면서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처절하다. 남한사람들도 이를 제대로 알고 북한 주민의 자유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나비'를 꿈꾼 탈북 화가 송벽씨.."북한 제대로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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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교육을 받기 때문에 자유에 대한 갈망조차 없이 사는 사람이 태반이라는 게 송씨가 전한 북한 사회상이다. 송씨 또한 북한에선 사회주의 신봉자였고 선전화를 그리는 화가였다. 그는 "아직까지 북한 체제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도 많다. 북한 정부는 기념일 이외에도 수시로 집회를 소집해 충성심을 강요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반성의 시간을 갖는 생활총학 등을 실시해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않았다.


자유를 찾아서, 더 나은 삶을 찾아서 목숨을 걸고 남으로 왔다는 그는 남한에 와서 제일 마음 편한 게 생활총학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자유를 억압받는 북한에서의 생활은 계속 언급됐다.


"일주일에 한 번 5~6명이 모여 잘못한 일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갖아요. 이 내용이란 게 위대한 수령님이 일터에 늦게 나가면 안 된다고 말씀 하셨는데 그걸 잊고 언제 몇 분 늦게 출근을 했다는 등 말도 안되는 얘기를 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서로를 감시하고 비판하는데, 북한은 이렇게 자유가 없는 나라입니다."


그림으로 북한의 실상을 전달하려는 그의 의지는 대단했다. 그는 지금껏 그림을 팔아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사람들에게 자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그림에 제목도 안 붙인다. 이유는 같다. 송씨는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될까봐 제목을 달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제목을 달지 않은 채 갤러리에 전시될 예정이다.


이제는 남한 사람들도 자유를 못 누리고 사는 북한 사람들을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고 말하는 송씨의 작품들은 오는 26일부터 내달 1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가이아(02-733-3373)에서 만나볼 수 있다. 송씨의 첫 번째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회는 한진만 홍익대 동양화과 교수의 도움으로 열린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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