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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앉아서 당한 서해 피격. 뒤로만 가는 국방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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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앉아서 당한 서해 피격. 뒤로만 가는 국방개혁 양낙규 정치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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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천안함 피격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 기자의 전화기는 쉴틈이 없었다. 독자들은 "북한의 도발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며 국방부의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자는 당시 독자들에게 "천안함의 피격은 북한의 도발로 보이며 정부의 발표를 믿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연평도 포격사건에 대해 묻는 독자들의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독자들은 "광화문 한복판에 북한 포탄이 떨어져도 이렇게 당해야 하냐"며 군의 무력함을 질타하며 울분을 토해냈다. 하나같이 맞는 말이었지만 흥분한 독자들에게 무턱대고 맞장구를 칠수도 없어 묵묵히 듣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육군은 물론 해병대도 다섯가지의 복무신조가 있다. 내용은 '나는 찬란한 해병정신을 이어받은 무적해병이다, 나는 불가능을 모르는 전천후 해병이다, 나는 책임을 완수하는 충성스런 해병이다, 나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예해병이다, 나는 한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다'.


다만 해병대는 다섯가지 복무신조중 어쩔 수 없이 두 가지를 어겼다.

먼저 무적해병은 없었다. 해안포 도발로 해병대 2명이 전사하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꽃다운 나이에 서정우 병장, 문광욱 이병은 국가의 무책임으로 눈을 감아야했다. 둘째로 불가능을 모르는 전천후 해병이라고 했지만 북한의 도발을 막기에는 불가능했다. 자주포조차 넉넉하게 갖추지 못한 해병대에게는 더 힘든 상황이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해 5도 지역은 최근까지 전력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국방개혁'이 진행돼 왔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서해 지역을 맡고 있는 해병대 전력을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는데, 이 안에 따르면 해병대 병력은 2020년까지 3200명이 줄고 6여단도 연대급으로 축소되는 것으로 방침이 정해져 있다.


특히 정부는 이번에 우리 군이 80여발의 포탄을 쏘며 기동한 K-9 자주포는 북한에 위협적인 무기이지만, 대당 40억원을 호가하는 고가장비 구입은 군당국이 주저하고 있어 답답하다. 당국이 국방개혁을 통해 예산을 줄이려고만 하고 군장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비판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천안함 피격이후 군은 강력대응, 교전수칙 보완, 전군 대비태세 철저를 외쳐왔다. 하지만 몇 번을 더 북한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제대로 된 국방개혁이 단행될 수 있을지 우려가 앞선다. 독자들에게 또 전화가 걸려온다. 이제는 어떻게 답해야할지...가슴이 답답하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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