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차량 위험 감지 시스템 개발..'브레이크와 함께 운전자 안전벨트도 바짝 조여'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목표물이 앞에 있어도 속도를 줄여서는 안됩니다. 브레이크를 밟지 말고 그대로 밀고 나가세요."
지난 4일 일본 후지산 자락에 위치한 토요타 히가시후지연구소. 확 트인 주행로에서 토요타의 안전 성능 테스트가 있었다.
이날 체험한 자동차 안전장치는 프리 크래시 시스템(Pre Crash System)으로 불리는 보행자 보호 장치였다. 즉 차 앞에 놓인 장애물을 주행중 차 스스로 인식해 운전자 뿐 아니라 보행자까지 보호하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인 LS600h에 오른 후 동승한 연구원의 지시에 따라 차를 움직였다. 약 200m 전방에 있는 마네킹까지 차를 몬 후 차가 이를 인식하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다.
시속 50km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마네킹에 근접하자 경고음과 함께 계기판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곧바로 차의 안전벨트가 조여지면서 마네킹 바로 앞에서 멈췄다.
그릴 부분에 장착된 카메라가 사물을 인식하고 스스로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마쓰오 요시아키 기술총괄부 과장은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상태라도 사물이 앞에 있다면 브레이크가 작동한다"면서 사물을 감지해 안전벨트와 브레이크까지 동시에 작동하도록 한 것은 토요타가 최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동거리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시속 50km 정도의 속도에만 반응이 가능하다"면서 "그 이상의 속도에 대해서는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히가시후지연구소는 토요타의 신기술을 실제 차량에 적용하는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연구되는 내용은 상용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연구소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시설은 가상 운전을 체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다.
가로 20m, 세로 30m, 높이 30m의 대형 구조물에 우주선처럼 생긴 구형 모양의 시뮬레이터가 위치해 있는데, 이 안에는 바퀴 부분에 진동 장치가 달린 승용차가 들어가 있다. 차 주위에는 도로 및 주변 모습이 8대의 프로젝트를 통해 비춰지는데 실제 운전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차를 타면 시동을 걸 수 있는데, 바이브레이션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엔진 소음과 함께 차가 부르르 떠는 것을 재현할 수 있다.
브레이크 혹은 가속페달을 밟으면 운전자의 몸이 앞이나 뒤로 쏠렸다. 구형 시뮬레이터가 앞뒤로 오가면서 가능해졌다. 도로의 요철도 운전자가 느끼게 했다.
이 시뮬레이터의 목적은 운전자의 주행중 행동을 파악해 데이터로 분석, 안전장치 개발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화면 중에는 갑자기 어린 소녀가 튀어 나오거나 오토바이가 지나간다. 또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길거리를 걷는 모습도 나온다.
이누즈카 제어시스템선행개발실장은 "가령 미니스커트 입은 여성은 운전자의 시야가 어떻게 분산되는지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라면서 "운전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전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운전자의 졸음운전에 차가 스스로 대응하도록 하는 방안 마련에 열중이다. 기존까지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운전자의 눈꺼풀이 감기는 정도를 차량 제어와 연결시키는 부분에 연구를 집중했으나 이 시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눈을 뜨고도 졸음운전을 하는 운전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시뮬레이터 개발자인 요네쿠라 토요타 기술 고문은 "눈뜨고 조는 운전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핸들이 꺾이는 각도, 차선 변경의 정도 등으로 연구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요네쿠라 고문은 "이를 통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음주 운전 문제까지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시뮬레이터는 2008년 4월부터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는데 회사 관계자는 "미국 N HTSA(미 도로교통안전국), 오하이오 주립대에 있는 설비보다 훨씬 크다"고 언급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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