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명차' 벤틀리 2억9100만원에 예약 판매...벤츠·BMW 고객들 일부 이동할 듯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 한 대에 3억원을 호가하는 럭셔리카(Luxury Car) 바람은 미풍에 그칠까, 태풍으로 번질까?
마이바흐, 롤스로이스와 함께 세계 3대 명차로 꼽히는 벤틀리가 최근 2억9100만원짜리 '컨티넨탈 GT'의 예약판매를 시작하자 국내 명품카 시장이 들썩거리고 있다. 특히 벤츠 S500을 타고 있는 명품카층이 벤틀리로 업그레이드 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는 것.
2003년 첫 출시 후 7년만에 돌아온 신형 컨티넨탈은 지금 예약해도 내년 2분기에나 인도될 예정이지만 명품카 족들을 중심으로 문의가 잇따르는 등 초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서울시 청담동에 위치한 벤틀리 매장도 최근 손님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다.
벤틀리코리아측은 "매장에 전시할 차량이 아직 없으며, 내년 1분기에나 들어올 것"이라면서 "하지만 벤틀리라는 명성에 가격 부담까지 줄어들면서 관심을 보이는 명품족들의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폭스바겐의 고급 브랜드인 벤틀리는 컨티넨탈 플라잉스퍼(3억1200만원), 슈퍼스포츠(3억7700만원), 뮬산(5억2700만원) 등 대부분 3억원을 웃돈다. 이에 반해 3억원 턱밑에서 가격이 정해진 컨티넨탈 GT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특히 라이벌인 마이바흐나 롤스로이스 팬텀이 6억~8억원에 달하는 것에 견주면 차라리 '보급형'에 가깝다. 프리미엄 차량의 기준인 벤츠나 BMW의 최고급 세단과도 격차가 많지 않다. 신형 컨티넨탈 밑으로는 벤츠 S600(2억6900만원)와 S500(1억9250만원), BMW 750Li(1억7580만원) 정도가 있다.
이런 점에서 벤틀리가 벤츠나 BMW 고객들을 일부 흡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공학과)는 "자동차 교체시 업그레이드는 쉽지만 다운그레이드는 어렵다"면서 "지금 최고급 벤츠나 BMW 차량을 타는 고객들은 다음에는 벤틀리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벤츠 S500 등 일부 차량이 처음 출시된지 5~6년이 지나 교체 시기가 다가온 만큼 벤틀리가 의외의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견해도 피력했다.
하지만 벤틀리가 소수의 명품족 외에는 엄두를 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신형 벤틀리보다 2000만~3000만원 싼 구형이 이미 출시되고 있지만 판매량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은 명품차 수요가 그만큼 제한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벤틀리는 2006년 한국지사가 출범한 이듬해인 2007년 전체 판매량이 101대로 고점을 찍은 뒤 93대(2008년), 88대(2009년), 70대(올 10월까지)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명차는 희소성과 가격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적다"면서 "오히려 벤틀리가 가격 저항 심리를 무너뜨려 벤츠와 BMW 판매량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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