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이커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 예상..쌍용차도 시장 공략에 의욕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김혜원 기자] 한-EU FTA가 체결됨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의 수입 자동차 시장 접근이 한층 쉬워질 전망이다.
현행 자동차 관세는 10%인데, 발효 후 3~5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철폐된다. 배기량 1.5리터 초과 승용차는 3년 내에, 1.5리터 이하인 차량은 5년 내에 관세가 사라진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수입차 상당수는 1.5리터 초과 차량인 만큼 2014년부터 무관세에 구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 8%인 하이브리드 차량 수입관세도 5년 내에 철폐되는 만큼 유럽의 친환경 소형차의 수입도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는 약 900만~2000만원 정도 가격 인하가 가능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인 E클래스의 경우 최대 1000만원 가량 하락 여지가 발생한다.
BMW 5시리즈는 약 400만~800만원, 폭스바겐 페이톤과 파사트 등도 모델에 따라 300만~700만원 정도 인하될 여력이 있다. 아우디도 A3부터 A8까지 300~600만원의 관세 철폐에 따른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다만 취·등록세 등을 감안할 때 실제 인하 폭은 7~8%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자동차 메이커도 EU와의 FTA 체결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EU는 전세계 승용차 판매의 31%, 전체 자동차 판매의 2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올 1~8월 우리나라의 대(對)유럽 판매대수는 34만9252대로, 전체 수출규모의 19.6%를 차지했다.
국내 메이커들은 현재 4.4%인 유럽시장 점유율이 관세 철폐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EU시장이 관세장벽이 높은 곳 중 하나(승용차 관세 10%, 상용차 22%)라는 점도 국내 기업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요소다.
승용차 관세를 기준으로 일본 0%, 미국 2.5%, 캐나다 6.0%에 불과한데, 유럽과 같이 관세장벽이 높은 시장에서 그동안 선전한 만큼 무관세는 기업의 시장 공략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대기아차는 관세 철폐로 발생하는 가격 하락 요인을 어떻게 판매확대로 이을까 고심하고 있다. 영국에서 판매되는 쏘렌토R(소매기준)은 현재 2만1628~3만903파운드(3847만~5498만원)인데, 무관세 혜택이 적용되면 380만~550만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또 다른 인기 차종인 쏘울은 현재 영국에서 1만1078~1만5868파운드에 판매되고 있다. FTA가 발효되면 이 역시 10% 정도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 각 지역마다 가격 정책이 다르다"면서 "가격을 내릴지, 아니면 가격을 유지하면서 늘어나는 차액을 마케팅 비용으로 투입할지 고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내보다 유럽에서 인지도가 더 높은 쌍용차 역시 반색하고 있다. 쌍용차는 코란도C의 첫 론칭행사 대상 국가로 스페인을 선택할 정도로 유럽 시장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과거 쌍용차의 서유럽 수출규모는 회사 전체 수출의 70%에 달했을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에 정식으로 발효되는 만큼 당장 어떤 이익이 있을지 체감이 안 된다"면서 "적극적인 시장공략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한-EU FTA체결로 국내 부품산업의 경쟁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 수출품목의 96%는 관세가 즉시 철폐되므로 BMW,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기를 원하는 기업들은 품질 뿐 아니라 가격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최일권 기자 igchoi@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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