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속 두 배 오른 가격에도 매물 거의 없어
-확 달라진 내·외관 마음에 쏙 "재건축 보다 낫다"
-화합이 일군 결실 "입주민들 사이 더 좋아졌어요"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처음엔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가 크진 않았는데 재건축이나 다름없네요. 고급자재와 내진보강 뿐만 아니라 집 값도 두 배나 올라 주민들 만족도가 상당합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착공 당시 보다 두 배 뛴 가격이 내려갈 생각을 안합니다."
지난 7월 15일 리모델링을 준공해 입주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3가 559번지 '쌍용예가 클래식'(옛 평화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기자의 질문이 시작되자마자 자신들의 보금자리 자랑을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집값하락에 '하우스푸어'들의 한숨소리가 크게 들려오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화합이 일궈낸 결실이기에 주민들 간의 친목도 좋아지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더해져 만족도는 더한 모습이었다.
◇리모델링 이후 집 값 두 배.."매물 없어요."=지난 9일 만난 입주민 강심옥(여 52)씨는 16년전 이곳에 입주했다고 한다. 리모델링 전 살았던 곳은 25평이었고, 지금은 7평 늘어난 32평에 살고 있다. 지난 2008년 6월 공사를 위해 이주할 당시 집값은 2억3000만원. 지금은 5억5000만원이다. 강씨가 부담한 비용은 1억2500여 만원으로 보금자리 단장으로 2억원 가까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지난 2003년 34평형을 2억2500만원에 매입해 거주하게 된 김경희(여 56)씨 역시 2년만에 집값이 두 배가 올랐다. 7평이 늘어나 현재 41평인 김씨의 집값은 이주 당시 4억원대였지만, 지금은 7억~7억5000만원선에서 거래가 된다.
김씨는 "부동산 침체기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이 정도로 집의 가치가 높아질지 몰랐다"면서 "최고급 공법과 최고 수준인 인테리어 내부마감재도 아주 마음에 든다. 완전히 새 아파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인근 대한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인근 다른 아파트들은 급매로 나온 물건들이 있어 시세가 하락하고 있는 반면 이곳 쌍용예가 클래식은 급매물도 나오지 않을 뿐더러 준공 후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재건축 안 하길 잘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재건축을 하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에 대해 강태만 리모델링 조합장은 "사실 조합설립은 지난 2005년 3월에 됐지만 그 전까지는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를 두고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1년 이상 사업을 진척하지 못했다"면서 "골조가 튼튼해 재건축 안전진단을 통과하기 쉽지 않았고 하더라도 기존 용적률을 크게 키울 수 없는 구조라 1:1 재건축밖엔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리모델링 추진 배경을 이야기했다.
아파트 리모델링의 사례가 많지 않아 내부 인테리어와 외부모습만 약간 바뀌는 줄 알았던 주민들의 기대는 사실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08년 7월 착공 후 주민들은 기존 골조에 철심을 단단히 박아가고, 댐퍼(진동흡수장치)를 매립해 내진을 보강, 환기 시스템과 자연 빛을 이용한 조명등으로 단지가 변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지하에는 두개 층의 주차장과 주민회의실이나 개별 락커룸 등 공용공간도 생겼다.
단지 외부는 공원처럼 깔끔해졌다. 더욱이 요즘 재건축처럼 조합설립 이후에도 소송이 잦아 사업기간이 길어지거나, 일반분양이 잘 되지 않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문제도 없었다. 일반분양분도 없고, 투기수요보다는 실수요자들이 조합원의 다수를 차지하기 때문이었다.
사업비용에 있어서도 건설사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거의가 은행대출로 이뤄진 부분도 리모델링 진행을 수월하게 했다. 공사비는 10% 계약금을 주민들이 내고 도중에 발생하는 중도금은 은행대출로 대여했다. 운 좋게 당시 금리도 2%대로 낮았다. 시공사가 책임시공을 보증하고 조합과 협약을 맺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구조였다.
조합운영비와 그 외 제반 비용들도 은행대출로 해결을 했다. 입주 후 잔금 등 비용을 정산할 때에는 주민 수중에 돈이 있으면 갚거나 주택장기대출로 갈아타는 방식이다. 이주비는 주택을 담보로 해 집값의 60%까지 대출받아 3억원짜리 집이라면 1억8000만원 정도의 수준에서 받았다. 이 돈으로 주민들은 전세를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 "조합원 화합이 조기 성과 키 포인트" =지난 1978년 지어진 옛 당산 평화아파트는 인근에 있는 다른 단지 주민들이 부러워할 정도의 새아파트로 변신해 있었다. 3개동 총 284가구인 이 아파트는 가구당 면적이 ▲22→28평 ▲28→34평 ▲34→41평로 늘어났다. 면적도 늘고 가격도 오르고, 생활여건도 나아졌다. 하지만 사업 진행 과정이 마냥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총 284가구 중 사업 초반 5가구가 반대해 준공 때까지 매도청구 소송과 비용 문제도 있었다. 결국 법원판결은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강 조합장은 "사업 하려면 조합원들이 화합해야한다"면서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사업성이 낮아지고, 개인 재산권도 중요하지만 공동주택이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고 언급했다.
사업에 찬성한 279가구 중 현재 공사비를 완납한 가구가 250여 가구다. 준공 후 두 달이 되고 있는 이 아파트에 현재 200여 가구가 입주해 있다. 나머지 50여 가구는 다음달까지 입주를 완료할 예정이다. 나머지 29가구는 전세로 살고 있는 집이 안 빠지는 문제 등으로 공사비를 대지 못하고 있다.
강 씨는 "앞으로 리모델링이 활성화돼 수직증축까지 가능하게 되면 수익성도 더 높아질 것"이라면서 "조합은 특히 사업관련 법 해석과 법 시행 시기를 주시하면서 비용부담이 덜 되게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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