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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重 거제조선소 '우먼파워' 김소현 기사의 하루

새벽 현장직원들과 마찰 조율
한낮 열기와 싸우며 공정체크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처음에는 여자라고 얕보는 사람도 많았다. '조선업'이란 특성상 사실 현장에 여자기사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일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그는 '삼성중공업 김 기사'로 불린다. 올해로 입사 2년차를 맞는 김소현 삼성중공업 해양시운전 1부 기장 시운전1과 기사. 그는 이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70명의 여성 기사 중 한명이다. 남초 작업장인 조선소에 최근 섬세함을 무기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개척자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삼성그룹 블로그 '삼성이야기'에 자신을 소개한 그는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출근 준비에 분주한 아침을 보낸 후 6시30분쯤 출근해 사무실에서 기본 업무만 정리하고, 곧장 현장으로 출발한다. 아침부터 부서간의 업무협조가 맞지 않아 현장 직원들과 마찰이 생겼다. 하루에도 이런 일이 왕왕 생겨 이제는 차질이 없도록 무리없이 진행시키는 게 하루 일과가 돼버렸다"는 말로 조선소 생활이 결코 쉽지 않음을 전하고 있다.

여자라는 점 때문에 외면당하던 시절도 있었다. "업무 지시를 내리거나 부탁을 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때로는 못 들은 척하며 자기업무에만 열중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동료로서, 때로는 여동생처럼, 연세가 있으신 분은 딸처럼 아껴 준다. 이제는 사소한 부탁도 성심 성의껏 도와주고,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기도 한다"며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김 기사가 하는 일은 배가 무사히 선주에게 갈 수 있도록 모든 공정을 관리, 감독하는 것으로 지금은 삼성중공업이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드릴십(Drill ship)'을 담당하고 있다.


드릴십은 움직이는 석유시추선으로, 해상 플랫폼 설치가 불가능한 깊은 수심의 해역이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작업하기 어려울 때 원유시추를 가능하게 하는 배다. 일반 컨테이너선이 700억원 정도라면 드릴십의 가격은 3000억원에 이른다.


30도를 넘는 무더운 여름에도 하루에 몇 번씩이나 20여m를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하고 때로는 현장 작업자와 함께 샤클(크레인으로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고리가 달려 있는 연결기구)를 채우기도 한단다. "거친 남자들의 세계다 보니 나 자신도 거칠어지는 건 아닌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고, 남자들에게서 뒤질 수 없다는 오기도 더욱 열심히 일에 매달린단다.


자신의 손을 거쳐 작업이 마무리돼 선주의 손으로 배를 넘겨줄 수 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김 기사는 "언제라도 전장으로 달려가는 '장수'처럼 현장으로 달려갈 것"이라며 각오를 다진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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