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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시장은 이미 '디플레 모드'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되는 가운데 채권시장에서 이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우려한 투자자가 단기 국채를 적극 사들이는 반면 장기물을 기피하면서 수익률 스프레드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벌어진 것. 11일(현지시간) 5년만기 국채 수익률과 30년만기 국채 수익률 간 스프레드는 2.49%p를 기록했다.

이같은 국채 시장의 쏠림현상은 단순히 미국 경제가 또 다른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뿐 아니라 디플레이션을 염두에 둔 움직임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국채 매입이 장기물보다 10년 이내 만기 채권에 집중될 것이라는 관측이 가세하면서 단기물 국채 수익률 하락이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미국 국채 투자자들은 뚜렷한 양극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년물과 10년물을 적극 매입하는 반면 30년물을 포함한 장기물 비중을 앞다퉈 축소하기 시작한 것. 켄트 우셉카 스탠디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국채 수익률 곡선은 지금까지 투자자들이 보지 못했던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경제 침체를 공식 선언한 연준이 적어도 내년 말까지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눈덩이 적자를 안은 미국 정부가 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물보다 30년물 국채 발행에 집중하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만기 도래한 모기지증권(MBS)의 원리금을 국채에 재투자하는 형태로 2차 양적완화에 나선 연준 역시 장기물보다 10년물 국채를 매입할 것으로 점쳐진다. 주택 모기지와 기업 회사채의 평균 만기와 매입하는 국채 만기를 가급적 일치시켜야 금리 하락에 따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측은 장기물 국채의 투자 매력을 더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론적으로 디플레이션이 현실화되면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4%를 웃돌아야 연기금을 포함한 장기 투자자들 사이에 투자 매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연준이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시행할 경우 장기물 수익률을 더 크게 끌어올리면서 가격을 후려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장단기 수익률 격차에 대해 일부 투자가는 5년 만기 국채를 포함한 단기물의 버블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거시경제 현황과 수급 여건을 고려할 때 글로벌 자금의 단기물 국채 쏠림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수익률 스프레드가 벌어지면서 금리 차를 이용한 캐리 트레이드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리가 낮은 단기 대출로 레버리지를 일으켜 5~10년물 채권을 매입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조지 곤칼브스 노무라증권 채권 전략가는 "최근 장단기 수익률 스프레드는 캐리 트레이드 전략을 취하기에 상당히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는 상당한 리스크를 떠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경제 지표가 개선되면서 최고치로 오른 단기물 국채 가격을 끌어내릴 수 있고, 이 경우 단기물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커다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바클레이스캐피탈의 아담 브라운 애널리스트는 "최근 단기물 국채 밸류에이션은 다소 고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11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68%를 기록,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는 10년물 수익률이 2.5%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5년물과 30년물 수익률 역시 각각 5bp, 11bp 떨어졌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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