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현대, 4일 박두병 회장 37주기·정몽헌 회장 7주기
형제·친척 일가 빠져 허전한 분위기
시간이 약이라지만 화해의 길은 요원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고 박두병 두산그룹 창업주의 37주기,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7주기였던 지난 4일.
경기도 광주시 탄벌리 두산가 선영과 하남시 창우리 현대가 선영에 각각 범 현대가와 범두산가 가족들이 방문했다.
오너 일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이들을 기리는 자리였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허전한 분위기가 엿보였다. 왔었으면 좋았을, 왠지 왔으면 했던 일원들은 결국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두 그룹은 형제들간 경영권 분쟁으로 한차례 홍역을 앓은 적이 있다. 지난해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정화 여사, 박두병 회장의 차남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별세 때에는 모든 가족 일원들이 자리를 함께 해 화해의 분위기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컸다. 하지만 가슴에 금이 간 갈등의 골은 10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도 쉽사리 메워지지 않은 듯하다.
박두병 회장 묘소에는 박용곤 그룹 명예회장과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현 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을 비롯한 두산가 3, 4세 5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해 박두병 회장의 차남인 박용오 전 회장의 별세후 처음 맞는 두산가의 자리. 하지만 박용오 전 회장의 두 아들인 경원·중원씨는 자리에 없었다.
경원·중원씨는 과거에도 집안 모임에는 빠지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두산그룹을 나오면서 벌어진 앙금 탓이었는지 4세 형제들과도 연락을 거의 끊었다는 것인데, 지난해 8월 26주기 추도식에도 아버지만 참석했다.
차남 중원씨는 올해 초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라 참석이 불가능 했을 터이고, 성지건설 회장을 맡고 있는 장남 경원씨는 참배를 했어도 따로 혼자 왔을 것이라는 게 두산그룹측의 설명이다.
정몽헌 회장 묘소에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과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등 형제들이 아무도 참석을 하지 않아 더욱 썰렁한 모습이었다. 바쁜 일정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었다는 게 이유지만, 최근 현대건설 인수전 등으로 인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범 현대가의 대립된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피를 나눈 형제·친척간이지만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해관계 때문에 한 자리에 편하게 마주할 수 없었던 것 아니겠느냐”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자리마저 불편한 관계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라고 전했다.
두 그룹 오너 일가의 불편한 관계가 앞으로도 지속될 지는 속단하기 이르다. 오는 17일에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고 변중석 여사의 3주기 기일이, 10월 6일에는 박두병 회장의 탄생 100주년과 이정화 여사의 1주기 기일, 11월 4일은 박용오 회장의 1주기 기일이 예정돼 있어 오너 일가들이 자리에 모일 기회는 남아 있다.
특히 두산그룹은 박두병 회장의 100주년 행사는 두산아트센터에서 사내 행사 형식으로 조촐히 치룬다는 계획인데, 두산그룹이 생전 박두병 회장이 애정을 줬던 박용오 회장의 아들들을 초청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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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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