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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투자의 거장들]플로이드 오들럼, 기업사냥꾼 1호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에는 기업사냥꾼(Raiders)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는 외국 자금의 유치가 절실했던 시기라서 정부는 관련 규제를 풀어야 했고 수많은 외국 자본이 국내 기업의 주식을 싸게 사들였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로 지난 2003년 국내 대기업인 SK의 지분을 매입한 소버린 펀드를 들 수 있다. 당시 소버린은 SK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노리고 지분을 매입해 경영권 참여 등을 요구하며 주가를 부양하고 2년 후 1조원에 가까운 차익을 거둔 채 유유히 시장을 빠져나갔다.


이같은 기업사냥의 역사는 경제위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자본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도 지난 1920년 말 경제 대공황을 통해 기업사냥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당시 가장 유명했던 사람으로는 최초의 기업사냥꾼으로 꼽히는 플로이드 오들럼(Floyd Odlum)을 들 수 있다. 그는 경제 위기로 시장에 나온 수많은 회사들의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한 뒤 경영에 참여하고 회사를 재편성해 높은 값으로 팔아치우는 방식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1892년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오들럼은 대학에서 저널리즘과 법학을 공부한 뒤 변호사가 됐다. 변호사 시험을 가볍게 통과한 그는 공기업 지주회사에서 합병업무를 담당하며 경력을 쌓아 나갔다. 이후 오들럼은 공기업 관련 지식을 활용해 저평가된 공기업 주식을 사고 파는 회사인 아틀라스코퍼레이션(Atlas Corporation)을 만들었다. 회사는 대공황이 오기전 1920년대의 강세장 투자를 통해 규모를 수십배로 키웠고 1928년에는 총자산이 600만달러에 이르게 된다.


1929년이 되자 그는 주식시장의 호황이 더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대다수의 자산을 처분해 현금화한다. 예상은 적중했고 그해에 대공황이 시작됐다. 경제 위기가 닥치고 기업들의 파산이 시작되자 현금성 자산 1400만달러를 확보한 아틀라스는 그야말로 기업들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1930년대 이후 그가 매수해 정상화시킨 후 비싸게 팔아치운 기업들로는 뉴욕의 백화점 본윗텔러를 비롯해 그레이하운드, 매디슨스퀘어가든, RKO 스튜디오 등 셀 수 없이 많다.


기업을 사고 파는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월스트리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 오들럼은 더 유명해졌다. 그는 자신이 시세표시기의 기호조차 모르며 주가를 바라보면 침착성을 유지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의 투자 철학은 이후에 워런 버핏 덕에 유명해진 가치투자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다른 사람들이 팔 때 사고 가장 장밋빛으로 보일 때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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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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