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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 "내 재산은 내 것 아니다" 30억 헌납

재계 100년-미래경영 3.0 창업주 DNA서 찾는다
<14> 동국제강 장경호 회장②


현재 가치로 4000억원··평소 소신 자식 반대 없어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1975년 3월 18일. 77세를 맞은 장경호 회장은 셋째아들 아들 장상태 사장의 권유로 둘째 아들 장상문 주 스웨덴 대사가 근무하고 있는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국가, 이집트 및 불교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여행길에는 부인 추명순 여사와 둘째 딸 장덕애씨, 김재윤 당시 대안해운 전무가 함께 했다.


스톡홀롬에 들러 아들을 만난 후 이집트로 이동한 장경호 회장은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돼 여행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4월 25일 즉각 한국으로 돌아왔다.

연세대 병원에서 췌장암이 심각하다는 진단을 받은 장경호 회장은 자식들을 한자리에 모아 자신이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결심을 밝힌다. 자녀들에게 재산을 나눠주는 것과 함께 장경호 회장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땅중 산소로 쓸 경기도 광주의 땅을 제외한 모든 땅을 처분하고 그것의 목록을 작성해 국가에 헌납하기로 한 것이다.


장경호 회장이 헌납하기로 한 사재는 30억6000만원으로, 지금의 가치로 계산하면 약 4000억원에 이르는 돈이다.
이어 장경호 회장은 그해 7월 10일 박정희 대통령에게 이러한 뜻을 담은 편지를 써서 보낸다.


"본인 장경호는, 평소 소박한 생활신조로서 남자로 태어난 것과,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과, 불교를 신봉하게 된 것을 행복으로 생각하고, 항상 감사하였습니다. 그리고 소비산업이 아닌 국가의 기간산업을 일으켜 산업보국하려는 데 뜻을 두고 시작한 제강공업이 조그마한 업적이나마 남기게 되었다면, 그것은 국가, 사회의 은혜에 힘입은 바 큰 것이며, 이 또한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경호 회장의 편지를 읽은 박 대통령은 박태준 명예회장에게 "연세가 들었어도 순수하다. 애국심이 아니곤 안된다"며 크게 감동해 그가 내놓은 사재를 관리할 수 있도록 기금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헌납된 기금을 장경호 회장의 뜻에 따라 쓰일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또한 장경호 회장의 이야기는 당시 언론에 크게 다뤄졌으며, 많은 사람들은 그의 결단을 '쾌거'라며 칭송했다. 지금이야 매우 당연한 일로 돼 있지만, 1970년대만 하더라도 대기업 오너의 사재 헌납은 매우 드문 일이자 파격적으로 이러한 규범이나 선례를 찾기 힘들었다. 따라서 국민들은 매우 큰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이러한 큰 돈을 회사에 투자했다면 동국제강은 더 성장할 것이며, 은행에서 융자를 받지 않아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경호 회장은 오래전부터 지인들에게 "지금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게 하나도 내 것이 아니다. 잠깐 내게 인연이 있어 온 것을 맡아서 관리하고 있는 것일 뿐, 실제로 내 것이 아니다"라면서 "내가 죽으면 그걸로 손놓고 마는 거지, 죽은 다음에야 남아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내가 그것까지 어떻게 해주고 가느냐?"고 말해왔다. 이러한 아버지의 철학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자식들은 장경호 회장의 결정에 대해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았고 어떤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도리라고 생각했다.


병세가 악화돼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하던 장경호 회장은 1975년 9월 9일 눈을 감았다.


올해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5주년을 맞는다. 또한 올해는 아들 장상태 회장이 별세한지 10주년이 된다. 그리고 내년이면 손자인 장세주 회장이 회장 취임 10주년을 맞는다.


할아버지가 이룬 부산, 아버지가 개척한 포항에 이어 손자는 올해 당진 신후판 공장을 건설해 새로운 당진시대를 열었다. 철에 대한 무한 애정으로 성장을 거듭해온 동국제강은 앞으로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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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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