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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교육의원 당선자들 기호1번 '로또행운'

[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사실 잘 모르는 후보는 정당을 많이 참고했어요. 정당 순으로 기호를 매기잖아요”


지난 2일 투표소에서 만난 한 유권자는 이렇게 말했다. 한 번에 여덟 명을 뽑아야 했던 6·2 지방선거. 수많은 후보를 다 살펴볼 수 없으니 충분히 예상됐던 현상이다. 그런데 이 유권자는 알고 있었을까. 가장 먼저 투표용지를 받게 되는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거에는 기호가 없었다는 것을 말이다.

정당의 공천을 받지 않는 교육감과 교육의원 후보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기호를 받지 않고 선거일정 돌입에 앞서 투표용지 기재순서를 따로 추첨했다. 추첨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가장 윗자리를 뽑은 후보는 환호성을 질렀고 4번, 5번을 뽑은 후보들은 애써 실망감을 감췄다.


그리고 선거 결과는 윗자리가 실제로 유리했음을 보여줬다. 비교적 관심도가 높았던 교육감 선거에서는 영향이 덜 했지만 선거를 치른 81개 교육의원 선거구 가운데 투표용지 가장 윗자리를 차지했던 '1번 후보'가 당선된 경우는 53곳에 이르렀다. 전체의 약 65%에 해당한다. ‘2번 후보’가 당선된 경우도 24곳. 결국 투표용지 첫째, 둘째 자리를 차지했던 후보가 당선된 경우가 95%에 이른다.

대구에서는 5개 선거구 모두에서 1번 후보가 당선됐고 인천에서도 5곳 중 4곳, 경기에서도 7곳 중 5곳에서 1번 후보가 선출됐다. 다른 지역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의 선거구 8곳 중 5곳, 부산의 선거구 6곳 중 4곳, 제주의 선거구 5곳 중 4곳에서 역시 1번 후보가 뽑혔다. 1,2번 후보가 여당과 야당 후보일 것이라는 짐작에 따른 결과다.


물론 투표용지 윗자리를 차지했던 후보가 능력이 뛰어나고 열정에 넘쳐서 당선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정상적’ 당선율은 분명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몰제’에 따라 이번이 마지막이었던 교육의원 선거다. 그러나 더 이상 치르지 않는다고 해서 드러난 문제점을 바로잡지 않는 것은 더욱 곤란한 일이다. 투표용지 기재순서에 따라 투표가 '로또 '복권 추첨으로 전락할 수 있는 맹점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


투표일 아침 8시 무렵에 마포구의 투표소에 나온 젊은 유권자 부부는 어린 아들, 딸을 함께 데려왔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마침 학교에서 선거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며 꼭 현장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로또식 선거’는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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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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