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곧 경쟁력"
제조과정·마케팅 능력따라 조절 여지남아 공개 꺼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제품별 매출은 공개하기가 어렵습니다. 단가에다 영업이익률까지 영업비밀이 속속 밝혀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일반인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B2B업종의 제품 가격은 미지의 영역이다. 소비재 대부분은 정가(定價)가 공개되지만 산업재로 대표되는 B2B업체들의 제품 가격은 그들만의 비밀로 통한다. 가격은 곧 그 회사의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유, 화학, 철강 등 모든 산업재 가격은 기본적으로 원료의 공급, 제품의 수요에 따라 책정된다. 원유처럼 매일 등락을 거듭하며 국제가격이라는 나름대로의 기준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단가를 감추는 이유는 제조과정, 마케팅 능력에 따라 가격을 조절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조공정을 혁신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면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판매가격 유지를 통해 더 큰 마진을 확보하게 된다. 굳이 단가를 공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력이 높은 고객사에는 가격을 낮춰서라도 제품을 많이 공급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공급 단가는 높아진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제품 판매가 호황일수록 B2B업체의 가격 공개는 더욱 민감해진다. 마진이 많이 남는다는 것을 수요 업체가 알 경우 가격 조정을 요청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석유화학업종이 호황을 누리면서 이를 둘러싼 화학기업과 수요업체간 기싸움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수요업체가 대기업일 경우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LG전자,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등은 합성수지 납품 가격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과 제일모직은 각각 계열사인 LG전자와 삼성전자에 합성수지인 ABS를 주로 공급하는데, 올 들어 해외 가격 상승과 판매 호조가 나타나면서 납품 단가를 둘러싼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원료 가격이 올라 제품에 반영하기 어려울 때도 갈등은 나타난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협력업체 사이에 납품단가 인상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사례다.
심지어 일부 중소 업체들은 경영난을 호소하며 아예 생산을 중단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주물업계에서는 이미 일부 업체에서 생산중단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B2B업체들은 수요업체와의 별도 가격 산정 방식을 설정해 공정성을 높이고 있다. 수학 셈법대로 숫자를 공식에 대입해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원료나 제품 가격이 오르내림에 따라 공급업체와 수요업체의 입장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공식은 하나인데 대입 숫자가 변할 경우 공급업체와 수요업체의 유불리가 다르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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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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