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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디폴트 선언하면 누가 멍들까

[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그리스가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면 유럽중앙은행(ECB)과 독일, 프랑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29일 월스트리스저널(WSJ)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 재정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가 디폴트에 처한다면 유럽중앙은행(ECB)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진단했다.

ECB가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국가 은행들에게 그리스 국채 및 증권을 담보로 수십억 유로의 대출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가 부채상환에 실패하고 결국 디폴트를 선언하게 된다면 ECB가 대출 포트폴리오 상 큰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것. 또한 이로 인해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추가 하락할 뿐 아니라 ECB가 위기를 조율할 능력이 있다는 투자자들의 믿음까지 잃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자크 카요 이코노미스트는 “가능하다면 은행들에 담보를 더 요구해 재무지표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로 인한 충격은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압박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CB가 추가 담보를 요구한다면 그리스 은행들만이 위험에 처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프랑스 은행들은 약 800억달러, 독일은 450억달러의 그리스 채권을 갖고 있다. 독일에서는 부동산대출전문은행 히포리얼에스테이트는 91억유로로 그 규모가 가장 많고, 코르메츠은행이 46억유로의 그리스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독일의 주립은행들도 수십억유로의 그리스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총 3000억유로에 달하는 채무 가운데 국내 투자자 보유액은 26%에 불과하며, 유로존 보유 규모가 56%(1640억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프랑스의 비중이 17%로 가장 높고, 독일(10%)과 이탈리아(7%), 벨기에(6%) 순으로 집계됐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디폴트에 처한다 할지라도 ECB는 담보 규제를 좀 더 완화하거나 장기대출을 제공하는 등 그리스 은행들의 신용흐름을 지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CB 담보 규정에 따르면 대출 담보의 가치가 손실될 경우, 추가 담보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요구를 할 경우 ECB가 보호하려도 노력하고 있는 취약한 은행들이 더 압박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이를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CB는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자회사와 아이슬란드은행이 디폴트에 처했을 때도 이와 같은 고민에 빠졌었다. ECB는 이들에게 100억유로 이상의 담보를 요구했으나 ECB가 최종적으로 얼마를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현재 투자자들은 그리스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로부터 지원금을 받는다 할지라도 경쟁력 부족, 임금동결 반대 시위 등의 부정적 요인으로 인해 결국 디폴트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으로 강등했다. 나머지 신용평가사가 투자적격등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도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발 이후 ECB가 담보 규정을 완화하면서 그리스 은행들은 시장에서 기피하는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값싼 ECB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그리스 국채 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강등한다면 이마저도 이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 3월말을 기준으로 그리스 은행들은 약 680억 유로의 ECB 대출금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이들의 전체 자산의 14~15%에 해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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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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