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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경제 혈관 '수송 한평생'‥'육·해·공'시대 열다

재계100년-미래경영3.0
창업주 DNA서 찾는다
<7>한진그룹 조중훈 회장①


45년 한진상사 설립 첫발
대한항공 인수 '輸送報國'
'신뢰 경영' 고비마다 큰힘
국제교류 '외교관' 역할도

[아시아경제 손현진 기자]"수송활동은 지구상에 인류가 등장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존재해왔으며, 그 수단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송은 인체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공간의 이동은 삶의 필수적 요소이고 시간의 단축은 우리의 영원한 숙제다"-고(故)조중훈 회장의 '내가 걸어온 길'中에서


글로벌종합물류기업인 한진그룹을 일군 고(故) 조중훈 회장은 일평생 '수송외길'을 걸었다. 그의 경영철학 역시 '수송보국(輸送報國)'이다. 이 같은 경영철학에 따라 그가 평생 흘린 땀은 대한항공이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항공사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양분이 됐고, 한진해운을 국내 최대 해운사로, ㈜한진이 글로벌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지지대가 됐다.

조 회장은 1920년 2월 11일 서울시 서대문구 미근동에서 조명희 옹과 태천즙 여사의 4남 4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10대째 서울 토박이인 조 회장은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으나 1930년대 부친의 직물점이 부도를 맞으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게 된다.


당시 조 회장은 다니던 휘문고보를 중퇴하고 국비교육기관이었던 경남 진해의 해원양성소에 들어갔으며 이후 일본 고베에 있는 조선소 수습생으로 들어가게 된다. 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리고 가계에 보탬이 되겠다는 책임감 때문이다. 1940년 조선소 수습기간을 마치고 2등 기관사 자격증을 받은 조 회장은 일본 화물선을 타고 세계 각지를 항해하며 견문을 넓혔다. 이는 '수송'과 인연을 맺고 사업적인 감각을 익힐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조 회장이 본격적으로 수송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45년 11월 한진상사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수많은 업종 속에서도 조 회장은 '교통과 수송은 인체의 혈관처럼 정치ㆍ경제ㆍ문화ㆍ군사 등 모든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기간산업'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운수업을 택했다고 한다.


그가 서른 살이 되던 해, 또 다시 위기는 찾아왔다. 6ㆍ25 동란으로 그동안 일군 사업기반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회고록에서도 전쟁이 교착상태에 들어간 1953년 인천으로 돌아왔을 때 느꼈던 처참한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위기는 기회'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과거에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무담보 대출을 받았고, 2년 만에 사세를 한국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회고록을 통해 밝힌 "역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성장의 기회로 활용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말은 그가 평생을 살아오며 피부로 느낀 진리이기도 하다.

조 회장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시켜나간 건 1960년대 말부터다. 1967년 7월에는 자본금 2억 원으로 대진해운을 설립, 해운업에 진출했으며 그해 9월에는 해운업을 하는 데 있어 보험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동양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를 인수했다. 또 1968년 2월에는 한국공항, 8월에는 한일개발을 설립하고 9월에는 인하공대를 사들였다. 그리고 1969년.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권유를 받아 당시 만성적자를 내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항공업에 뛰어들었다.


"대한항공공사 인수를 반대하는 회사 중역들에게 밑지면서도 계속해야 하는 사업이 있으며, 공사 인수는 국익과 공익 차원에서 생각해야할 소명임을 강조했다"는 그의 말에서 '수송보국'이라는 경영철학을 읽을 수 있다.


숨 가쁜 그의 행보는 계속 이어졌다. 1977년 경영난을 겪던 대진해운을 해체하고 컨테이너 전용해운사인 한진해운을 설립한 그는 1987년 대한선주와 인수 합병했다. 당시 적자에 허덕이던 대한선주를 인수한 한진해운은 2년 만에 경영정상화를 이뤄 재계를 깜짝 놀래켰다.


항상 '수송보국'을 마음에 품고 있었던 조 회장은 항공사 경영을 하며 쌓은 국제 인맥을 이용해 민간 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했다. 그 중에서도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 1970년대 포항제철 건립을 위한 지원활동 등이 대표적이다.


또 프랑스와 외교라는 국익을 위해 막 개발된 에어버스 항공기 6대를 구입한 것을 인연으로 20년간 한ㆍ불 경제협력위원장을 맡아 한국과 프랑스의 외교와 경제교류에도 앞장섰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조 회장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 도뇌르 그랑 오피시에'를 받는 등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등 각국으로부터 9개 훈장을 받았다.


조 회장을 이야기할 때 항상 따라붙는 단어는 '수송'과 '신뢰'다. '수송'은 그가 평생을 걸어온 길이고, '신뢰'는 그가 평생 추구해 온 가치다. 특히 그가 말한 신뢰는 남에게서 받는 것은 물론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모두 의미했다. '난 할 수 있다'는 확신, 자신의 판단에 대한 믿음 없이는 그가 맞았던 수많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잘 만들어진 예술작품이 후대에도 존경받듯 사업도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그린 그림은 오늘날 자산 29조원, 연간 매출액 21조원으로 재계 9위에 오른 한진그룹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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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진 기자 everwhite@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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