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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뱅크런..유로화 불안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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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 약속했던 유로 골치덩이로 전락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시장의 화두가 '달러의 위기'에서 '유로화의 위기'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그리스 문제로 유로화 위기가 부각되면서 달러화 위기는 언제 그랬냐는듯 자취를 감춰버렸다.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가 속속 포착되고 있는 반면 그리스의 재정적자 문제로 시작된 PIGS 위기의 불길이 좀처럼 꺼지지 않으면서 유로화에 대한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유로화의 위기는 유로존의 존립 기반 자체를 뒤흔들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을 다시 한번 궁지로 몰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유로화 불안의 진원지는 그리스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자금 이탈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의 4개 대형 은행이 정부의 지원을 구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재정적자에 대한 불안감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그리스 국채 10년물 금리가 사상 최고치인 7%대로 치솟고 증시가 연일 급락하면서 자금의 엑스더스가 나타나고 있는 것. 그리스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연초 2개월간 그리스 역내 은행 수신고의 4.5%에 달하는 100억유로의 자금이 국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 파산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고객들이 고액권(200~500유로)을 인출해 금고나 침대 밑에 현찰로 보관한다는 루머도 떠돌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시장에서는 그리스의 채무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디폴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유로화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톰슨 로이터 설문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유로화의 붕괴 위험이 더 커졌다는 응답 결과가 50%를 넘겼다. 온라인 베팅 사이트인 인트레이드에서는 올해 유로존 16개 국가 중 이탈 국가가 하나 있을 것이라는 확률이 10%로 나왔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에 따르면 외환 투기거래자들은 사상 최대 규모로 유로화를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유로화 하락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펀드 리서치기관 EPFR는 유럽 주식형 펀드에서 8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밝혀 그리스 위기가 유럽 전체로 번지고 있음을 경고했다. 특히 서유럽 펀드에서 올해 들어 45억달러 규모의 자금 유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물론 최근 그리스 위기가 이미 노출된 악재였던만큼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유로화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로화 약세가 달러 강세를 극대화시키고 있으며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을 강화시키며 약세를 보이던 엔화마저 최근 강세로 되돌려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달러와 엔의 캐리 트레이드에 의존해왔던 자산시장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유로존 내에서 결코 비중이 크다고 볼 수 없는 그리스가 유로화 위기를 불러오면서 단일 통화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즉 유럽의 번영을 약속할 것만 같았던 유로화가 그리스 위기로 인해 출범 자체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짐 로저스와 조지 소로스는 최근 잇달아 유로화는 결국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유로화의 위기는 결국 세계 경제의 한 축인 유럽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그리스 위기가 글로벌 경제 전체를 집어삼키는 것은 아닐까 전 세계 투자자들이 전전긍긍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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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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