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미 달러가 유로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시아 주요 통화 앞에서는 '이빨 빠진 호랑이'다.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신흥국이 선진국에 비해 강한 성장을 회복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아시아 국가가 인플레이션 해소를 위해 통화 절상을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달러는 지난해 11월 이래 유로화 대비 12% 급상승했다. 반면 아시아 주요 통화에 대해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들어 미 달러의 가치는 인도의 루피화와 한국 원화 대비 4% 떨어졌고, 태국 바트화 대비 3%, 말레이시아 링깃화 대비 6%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3월 금리 인상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링깃화 투자 수요가 크게 증가, 달러화 가치가 더 떨어졌다.
중국의 원자재 수요 급증으로 인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주요 원자재 수출 국가인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미국 달러의 약세는 뚜렷하다. 6일(현지시간) 캐나다달러의 가치는 2008년 6월 이래 처음으로 미 달러에 대해 1대1이 됐다. 올 들어 캐나다달러의 가치는 미 달러 대비 5% 이상 올랐고, 지난해에도 16% 상승했다.
대만 달러화도 강세다. 최근 대만 달러 환율은 31.56대만달러를 기록, 가치가 19개월래 최고치로 상승했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금리 인상이 이뤄진 이후에도 중국 주도의 아시아가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사실을 시사한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피터 레드워드 헤드는 "글로벌 경제성장은 아시아, 특히 중국과 인도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며 "중국 경제는 과거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환율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는 특히 아시아 신흥국 통화가 중국의 위안화 페그제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통화 가치 상승에 따른 수출 기업의 타격을 용인할 만큼 경제 성장에 대한 이들 국가의 자신감이 강하다는 해석이다.
최근 세계은행이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을 8.7%로 1%포인트 상향 조정하면서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세계은행은 "1년 사이 아시아 신흥국은 수출과 투자 회복을 이끌어내며 글로벌 경기 회복을 주도할 것"이라며 "이들 국가의 실질 GDP는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 지역 중앙은행들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통화 강세를 용인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통화 강세는 수출업체들에게는 타격을 주지만 수입 상품 및 원자재 가격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다. 국제 유가가 최근 배럴당 85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즉, 중앙은행은 통화 강세 정책으로 인플레를 방지하고, 그 결과 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상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고개를 들었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본격화할 경우 수출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는 만큼 아시아 신흥국이 미국 달러화에 대해 추가적인 통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아시아 신흥국 통화에 대한 투자 수요 증가는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종합지수는 7일 2898.58로 사상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6일 인도 센섹스지수는 2008년 2월 이래 가장 높은 1만7970.02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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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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