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사회서 이미 '실질 폐지국'
헌재는 법리 해석…정책 논의에 큰 영향 없어
'합헌결정 = 사형제 공고화' 등식은 오류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헌법재판소로부터 합헌 결정을 받은 사형제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유명무실한 제도다. 1997년 이후 한 번도 사형이 집행된 적 없고, 국제사회 역시 한국을 '사형제 실질적 폐지국'으로 분류했다. 헌재 판단이 법리 해석에 불과해 정책 혹은 입법 논의에 직접 영향을 주긴 어려운 만큼, 이번 결정으로 사형제가 '부활'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25일 헌재에 따르면, 1948년부터 1997년까지 국내에서 사형 집행을 받은 사람은 900여명이다. 1989년부터 1997년까지는 모두 96명으로, 이 시기만을 보면 연 평균 9.6명이 사형 집행을 받았다.
1948년부터 1997년까지를 모두 합쳐 따진다면 실제 사형집행 건수는 꾸준히 줄었다. 1997년 이후로는 단 한 번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다. 현재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중인 사람은 59명이다.
10년 넘게 한 번도 사형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한국은 '사형제 폐지국'이나 다름없게 됐다. 사형제를 존치시키긴 하지만 최근 10년 이상 실제 집행이 었었던 국가는 벨기에ㆍ그리스ㆍ아일랜드ㆍ파라과이ㆍ한국 등 36개국. 국제엠네스티는 이들 국가를 '사형제 실질적 폐지국'으로 분류한다.
헌재 판단은 특정 법규가 헌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가리는 법리해석 성격이다. 따라서 법규 개정 논의 등 정치권과 사회 각계 움직임에 큰 영향을 주진 못 한다. 합헌 결정이 났다고 사형제를 없애지 못하는 건 아니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사형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 또한 어렵다는 설명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는 말 그대로 특정 법률이 헌법에 부합하는지 어긋나는지를 판단할 뿐"이라며 "위헌 결정이 나면 일단 해당 법률이 힘을 잃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영향을 주겠지만, 합헌 결정이 났다고 그 법률이 더 공고해진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사형제가 합헌 판단을 받긴 했지만 헌법에 반하지 않는 차원에서 여러 방향으로 개정 및 새로운 정책 수립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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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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