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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54초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삼국통일을 이끈 명장 김유신이 황산벌전투에서 남긴 명언이다. 1300여년이 훌쩍 지난 요즘 우리 군은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훈련에 여념이 없다. 전장에서 살아남는 강군을 배출하는 곳이 강원도 인제군에 있는 과학화전투훈련단(KCTC·Korea Combat Training Center)이다.


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KCTC 소속 전문대항군 22명을 포함한 92명의 대항군과 92명의 공격군으로 나눴다. 기자는 공격군에 가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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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TC는 세계 10번째 훈련장으로 지난 2006년 3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여의도의 37배나 넓은 3200만평의 방대한 규모의 훈련장은 전술목적, 참여 부대의 특성에 맞도록 9개의 훈련코스가 갖춰져 있다.


올해까지 과학화훈련장에서 전투체험을 한 장병은 9만 6400여명. 일반인을 대상으로 정기로 실시하는 서바이벌대회를 합하면 체험자 수는 10만 여명을 넘어선다. 훈련단은 개인화기 K-1 등 5종, 대전차·유탄류 K-4 등 10종, 기동장비 전차 등 5종, 지뢰 등 6종을 비롯, 26종의 마일즈 장비를 갖추고 있다.


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대항군은 아군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아군이 올 법한 길목마다 어깨높이와 발목높이로 철끈을 설치한 것이다.


과학화 체계장비는 총 238종으로 영상촬영, 녹음장비, 중계차량까지 보유하고 있어 훈련통제본부(EXCON)에서는 전 장병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는 것은 물론, 교전중 발사한 총탄과 포탄은 무선데이터망을 통해 기록된다. 장병과 소대, 중대의 이동경로, 피해상황은 3차원화면으로 구현된다.

 

지난 2일 기자가 KCTC에 도착했을 때는 칠흑같은 어둠이 사방을 짓누르고 있었다. 코끝이 시리고 손끝의 감각도 사라지게 할 만큼 살을 에는 바람이 불고 있었다. 대항군을 섬멸하고 고지를 탈환하라는 임무를 받고 학군 초군장교 170명과 함께 훈련에 들어갔다.


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기상예보에는 이날 날씨가 섭씨 영하 7도라고 했지만 체감온도는 훨씬 더 낮은 것 같았다.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손끝이 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혹시 나올 적 때문에 총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새벽 3시30분.

 

어둠속을 숨가쁘게 걸어서 대암산과 가마봉 사이 훈련장 입구에 도착했다. 어둠에 겁먹은 듯 달빛 마저 빛이 바랜 것 같았다. 훈련장 입구에는 아침을 먹은 학군 초군반 장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소위 임관 후 후반기 교육을 받는 중이었다. 사흘째 숙식을 산속에서 해결하고 있는 터라 야전에 참가한 장교들과 다름없었다.

 

곧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졌다. KCTC 소속 전문대항군 22명을 포함한 92명의 대항군과 92명의 공격군으로 나눴다. 기자는 공격군에 가담했다. 지휘관들은 또 병력을 3개 소대로 나눴다. 제 1소대는 적 고지 진입로 오른쪽 대암산 능선을, 제 2소대는 왼쪽 가마봉 능선을, 제 3소대는 1소대를 따라 침투하기로 작전을 세웠다. 이런 모습을 보니 고지탈환은 훈련 교범보다는 지휘관 능력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쳤다.


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여의도의 37배나 넓은 3200만평의 방대한 규모의 훈련장은 전술목적, 참여 부대의 특성에 맞도록 9개의 훈련코스가 갖춰져 있다.


◆새벽 5시

 

드디어 K2소총과 공포탄 60발을 지급받았다. 탄창은 세개였다. K2소총은 공포탄을 쏘면 그 진동으로 레이저를 발사하도록 돼 있었다. 사거리는 실제 총과 같은 600m. 1소대 정찰조에 투입된 기자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경사가 완만해보였지만 오르기는 만만치 않았다.


20분정도 산속을 걷다보니 공기는 마치 냉동고에서 뿜어 나오는 것처럼 차가왔다. 기상예보에는 이날 날씨가 섭씨 영하 7도라고 했지만 체감온도는 훨씬 더 낮은 것 같았다.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손 끝이 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혹시 나올 적 때문에 총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갈수록 긴장이 더해갔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 하나에도 신경이 곤두섰다.


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마일즈 신호음이 두 번 울리면 경상, 세 번 울리면 중상, 긴소리는 사망으로 각각 처리된다. 사망한 자는 헬멧을 벗고 지휘본부로 돌아가고 중상, 경상자는 치료를 받기 전까지 소총이 발사되지 않는다.



 

이 때 소대원 한명이 갑자기 넘어졌다. 적이 설치해놓은 0.3mm 철끈에 발목이 걸려버린 것이다. 아군의 침투속도를 늦추고, 소리로 아군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아군이 올 법한 길목마다 어깨높이와 발목높이로 철끈을 설치한 것이다. 대항군 정찰조가 왔다갔다는 생각이 들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느 새 3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오전 8시

 

‘탕, 탕, 탕’. 갑자기 귓전을 때리는 총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뒤편에서 연속으로 울리는 총소리였다. 대항군이 정찰조와 2소대 사이를 파고들어와 2소대를 공격했다는 직감이 들었다. 예감은 적중했다. 1소대장은 2소대와 합류할 것인지, 아니면 고지를 향해 전진할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했다. 총성은 끊이지 않았다. 초급장교들이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전투훈련장에서는 화학전에 대비한 훈련도 가능하다. 화학탄이 터지면 9초이내에 방독면을 써야 한다.


소대장은 지휘본부와 무선교신을 했다. 2소대를 기다려보고 연락이 끊어지면 전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적을 기습하기 위해 매복에 들어갔다. 산중턱으로 올라가 일부는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일부는 진지로 들어가 주변을 경계했다. 기자는 누군가 파놓은 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깊이 1m 정도여서 매복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다들 말이 없었다. 바람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왔다. 이마에 흐르던 땀은 산바람에 얼어버렸다. 그리고 몸도 굳기 시작했다.


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지휘관들은 또 병력을 3개 소대로 나눴다. 제 1소대는 적 고지 진입로 오른쪽 대암산 능선을, 제 2소대는 왼쪽 가마봉 능선을, 제 3소대는 1소대를 따라 침투하기로 작전을 세웠다.


◆오전 10시

 

그렇게 30분정도를 보냈을까. 1소대장은 2소대에서 생존한 10명의 장교가 보이자 다시 소대를 꾸렸다. 그러나 산을 내려와 도로를 밟는 순간 '꽝' 소리가 났다. 앞서 가던 소대원 5명의 팔에 장착한 마일즈에서 '삑~' 하는 소리도 울렸다. 지뢰를 밟은 것이다.


마일즈 신호음이 두 번 울리면 경상, 세 번 울리면 중상, 긴소리는 사망으로 각각 처리된다. 사망한 자는 헬멧을 벗고 지휘본부로 돌아가고 중상, 경상자는 치료를 받기 전까지 소총이 발사되지 않는다.


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훈련장 곳곳에 배치된 관찰통제관은 장병들이 좌표를 설정하고 포 지원요청을 하면 그 좌표에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공중폭발 섬광모의탄을 던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2소대 교전에서 후퇴했던 대항군이 1소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1소대장은 대항군이 대항군 본부와 합류할 것을 차단하기 위해 무전으로 좌표를 불러주며 포 지원을 요청했다.


그 순간 훈련1부장 서원기 대령(3사 16기)이 "훈련장 곳곳에 배치된 관찰통제관은 장병들이 좌표를 설정하고 포 지원요청을 하면 그 좌표에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공중폭발 섬광모의탄을 던진다"고 설명한 게 기억났다.


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전장에서는 단순한 실수하나로 사망할 수 있다. 사망후 허탈해 하는 본지 기자.



 

◆낮 12시

 

30분간 교전을 벌였지만 적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기자도 열심히 쏘아댔다. 총알은 절반이 없어졌다. 그러나 적을 사살하는 전과는 올리지 못했다. 적은 밀려오는 데 총알은 없고 쏴도 맞지 않으니 몹시 초조해졌다. 숨을 들이마시며 긴장을 풀었다. 그때 지휘관으로 보이는 대항군이 눈에 들어왔다. 정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북한군과 똑같은 복장을 한 지휘관은 곧 헬멧을 벗었다. 명중한 것이다.

 

도망가는 적을 사살하기 대항군이 갈만한 길목에 매복했다. 나무뒤에 몸을 누인뒤 낙엽을 둘러썼다. 대항군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벌떡 일어나 총을 겨눴다. 가슴을 향해 보란듯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게 왠 일인가.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 성급한 마음에 재장전하는 것을 잊은 것이다. 대항군은 씨익 웃으며 기자를 향해 총알을 발사했다. 꽝하는 소리가 났다. 마일즈에서 '삑~'하는 소리가 났다. 사망한 것이다.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사소한 실수하나로 목숨을 잃다니.


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전투훈련단 소속 대항군들은 전술과 복장이 북한군과 비슷하다.


◆오후 1시

 

중대장이 합류했다. 그는 일부 소대원들에게 지원사격을 명령했다. 곧이어 소대원들과 함께 고지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대항군도 막을 방법이 없는듯 그대로 무너졌다. 고지를 탈환한 것이다. 출발지점에서부터 고지까지는 불과 2.5km지만 이날에는 무려 9시간이나 걸렸다.


가다 서다와 매복과 교전을 반복한 탓이었다. 초급 장교들과 기자는 파김치처럼 지쳐있었다. 그래도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1대 1로 맞붙어 지형지물에 익숙한 대항군을 격파했기 때문이다. 공격은 수비보다 세배는 많아야 이긴다는 전술교본의 진리를 깼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쁨이 가득할 것 같은 중대장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다. 잘못된 지휘 탓에 '죽은' 소대원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리라.

 

사후검토 2차장 김대성대령(진·육사42기)는 “훈련을 통해 전술의 불확실성, 적과 지형의 파악 등을 터득하게 된다”면서 “이런 훈련을 통해 전투력, 생존력은 급상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마일즈장비를 장착한 소총은 실제 소총과 사정거리가 똑같다.



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사망한 훈련병들은 영면체험을 통해 목숨의 소중함 등을 깨닫는다.



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과학과전투장에서는 음식이나 물을 지원받지 않고 전장과 똑같은 환경에서 전투를 벌인다.



최강 전사 만들어내는 훈련장 훈련단은 개인화기 K-1 등 5종, 대전차·유탄류 K-4 등 10종, 기동장비 전차 등 5종, 지뢰 등 6종을 비롯, 26종의 마일즈 장비를 갖추고 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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