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기자수첩] 불친절한 경제전망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도대체 어디까지 믿어야 됩니까?"


지난 26일 삼성경제연구소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마련한 내년 경제전망 간담회에서 나온 질문이다. 이날 연구소 측이 발표한 4.3%라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과연 믿을 한 것인지, 어느 정도의 신뢰를 가져야 하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비롯된 것.

그러나 이 질문의 의도는 단순한 불평이 아닌 지난해 전망치와 올해 실제 경제성장률이 큰 폭의 차이를 보인 것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지난해 11월 삼성경제연구소는 간담회를 통해 올해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발표했지만, 실제 경제성장률은 0%대로 떨어지며 이를 비껴나갔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뒤늦게 이유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지난해 9월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하고 10월 금융 불안, 11월 경기침체로 빠르게 전개될 것을 예측하긴 어려웠다는 것이다. "전망이 틀리면 주먹구구식이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지만, 최선을 다해 모든 정보를 동원해서 발표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사실 삼성경제연구소 뿐 아니라 LG, 현대경제연구원 등 국내 민간연구소에서는 항상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망치에 대한 사후 평가나 설명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경제성장률 전망치나 실제 경제성장률이 단순한 셈을 통해 만들어지는 숫자는 아니다. 무수히 많은 변수와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얽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숫자를 족집게처럼 정확히 맞춰내는 것에 많은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 수학 시험처럼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연구소 측이 이 같은 오류에 대해 과감히 노출하고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국내 최고 수준의 분석력을 자랑하는 민간연구소 조차 예기치 못했던 부분과 소홀히 생각했던 변수는 무엇인지, 이제 앞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다. 앞 길만 보여주고 뒷 길은 돌아보지 않는 각 경제연구소의 경제전망에 무게가 실리지 않는 건 과연 기자들만의 생각일까.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