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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14년래 최고치, 日수출 기업 '울상'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달러 대비 일본 엔화의 가치가 14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 기업들은 울상이다. 일본 정부는 즉각 환시 개입 의사를 내비쳤다.


◆ 日수출기업들 전전긍긍=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경우 소니, 도요타, 혼다 등의 일본 자동차 및 전자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이 크게 저해될 것으로 우려된다.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달러 당 1엔씩 평가절상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이 250억 엔씩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된다.

일본 카메라업체 캐논의 3분기 순익이 전년동기 대비 56%나 떨어졌던 것도 엔화 강세가 수출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깎아내렸기 때문이다. 게임기 생산업체 닌텐도 역시 최근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부진을 이유로 올해 실적전망을 하향조정했다. 이처럼 엔고 현상이 지속될 경우 수출업체들의 실적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엔-달러 환율이 장기적으로 90엔을 밑돌 경우 도요타 등 주요 7개 일본 업체들의 올 하반기 수익이 1000억엔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가전업체 파나소닉의 오츠보 후미오 회장은 “엔화 강세가 이미 어려운 일본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준다”며 “엔고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탠탈론 리서치의 제스퍼 콜 회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를 통해 "일본정부는 엔고가 내수에 도움이된다고 하지만 이는 수출업체의 이익을 뺏아 내수로 옮기는 나눠먹기에 불과하다"며 "또 엔고가 내수를 부추겨 수출중심의 일본 경제 구조를 바꾸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역시 경제가 성장세일 때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지금과 같이 디플레이션 국면일 때 통화강세가 나타날 경우 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양적완화, 정부의 규제로 여기에 맞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 엔-달러 환율 14년래 최저..왜?= 26일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86.30엔까지 떨어지면서 1995년 7월 이래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최근 공개된 미국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약달러를 그다지 우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당시 연준은 기준금리를 당분간 최저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며, 달러화 가치 하락이 '질서 정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연준이 통상적으로 환율에 대한 발언을 아끼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미국 기준금리와 다른 나라 금리 간의 격차가 향후 달러 하락세를 더 부추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이날 필리핀, 태국 등의 중앙은행들은 자국 통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를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화 약세가 꺾일 기미가 나타나지 않자 중앙은행의 개입이 시작된 것이다.


◆ 日정부 환시 '구두 개입'= 후지이 히로히사 일본 재무상은 이날 “환율이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나타낼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환시 개입 의사를 내비쳤다. 앞서 “수출업체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환시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한 데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난 것이다.


내수를 촉진하기 위해 엔고를 용인하겠다던 하토야마 정부의 통화정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의 야마모토 마사후미 투자전략가는 “지난 주 디플레이션 선언을 한 이후로 일본 정부가 엔고를 완화시키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엔화강세는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디플레이션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이 2004년 이래 외환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일본이 환시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주요 무역 상대국가들과 논의를 거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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