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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 같이 죽고 같이 산다?..테마化 절정

[아시아경제 김수희 기자]"공모주 같이 죽고 같이 산다"


올 상반기 최고 몸값을 구사하며 승승장구했던 공모주들이 하반기에는 일제히 낮은 몸값 책정에 곤혹을 치르며 줄행랑을 치고 있다. 공모주의 테마화(化)가 절정에 달하며 자금조달 창구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한국전력기술이 상장을 연기한 데 이어 20일 IPO '최대어'로 지목됐던 포스코건설도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포스코건설은 상장 무기한 연기 이유로 "최종 공모가액 결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7~12월) 공모주 시장의 주인공으로 불리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두 기업이 갑작스런 상장 연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급변한 시장상황에서 비롯된다. 지난달 30일 코스피가 1700을 터치한 이후 1600선에서 맴돌자 신규 상장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기 시작한 것. 앞서 상장한 동양생명보험과 진로가 실제 기대한 공모가보다 상당 금액 낮춰진 가격으로 상장된 데다 '증시 하락=공모주 실패'가 일종의 공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포기가 빨라지게 됐다. 즉, 기업 실적을 따진 투자보다는 테마로 접근하는 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하락장은 기업들 사이에 자금모집에 실패하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 같은 공모주의 테마화는 상승장에서도 확인된다.


올 상반기(1~6월) 추세적인 상승을 이어간 증시와 맞물려 공모주 테마 열풍이 불며 새내기주들은 단체 성공 신화를 이뤄냈다. 지난 3월27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중국식품포장유한공사는 상장 직후 12거래일 동안 11번의 상한가를 기록했고, 코스닥상장사인 네오피델리티이수앱지스도 이날 현재 세자리수의 주가상승률을 나타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조달이라는 것이 투자심리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증시 상황을 가장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면서도 "실적 등 펀더멘탈을 토대로 기업을 보지 않고 공모주로 묶어보는 투자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공모주 시장의 급열(熱)급랭(冷) 현상은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기관의 단타 매매 창구로 IPO가 악용되고 있는 점도 상장 준비 기업들을 움츠리게 하는 이유로 제시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예전에는 신주를 공모할 때 기관에 일정기간의 보호예수 기간이 있어왔지만 지금은 최대주주에만 적용된다"며 "이에 기관들은 대부분 상장 직후부터 배정 물량의 대부분을 털어내는 경우가 많이 발견되고 대기업의 경우 물량이 커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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