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정효식.박성우]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성 폭행범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성 폭행범의 75.6%가 평균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았다는 분석이 공개돼 처벌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우윤근(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성 폭행범 586명의 1심 양형분석 보고서에서다.
이날 열린 서울고법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법사위원들은 법원의 ‘관대한 양형’을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합의하면 집행유예로 풀려나=보고서에 따르면 586명 가운데 실형 선고는 54.6%인 320명에 불과했다. 266명(45.4%)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조두순 사건’과 같은 법정형이 7년 이상인 13세 미만 아동 성폭행범조차 40.4%가 집유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실형을 받은 경우도 71.4%는 3년 이하에 불과했다. 7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은 한 명도 없었다. 장애인·청소년 성폭행범도 3년 이하 징역이 각각 87.0%, 90.0%를 차지했다.
논란이 된 음주 성폭행도 술에 취할수록 처벌이 가볍다는 관행이 사실로 확인됐다. 술을 마시지 않았을 경우 실형 선고율은 63.7%에 달했지만 ▶보통 음주(56.8%) ▶만취자(38.8%)로 갈수록 처벌은 약해졌다.
이처럼 성폭행범 처벌이 관대한 이유는 기본 범죄인 강간죄가 피해자의 친고죄이다 보니 아동 성폭행·강간치상 같은 비친고죄 범죄도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피해를 보상하면 법원이 양형을 감경해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1심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는 67.2%가 풀려났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법원 선고가 법정형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건 문제”라며 “특히 성범죄에서 음주 감경은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하태훈(형법) 교수는 “성범죄 피해의 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는 선진 수사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 감정과 거리가 먼 판결”=이날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조두순 사건과 관련, “성폭력특별법을 적용하면 더 높은 형을 선고할 수 있는데 일반 형법을 적용했다”며 “국민의 법 감정과 거리가 멀고 법리적으로도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민식 의원은 “술을 마셨다고 감형했지만 조두순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술을 마셨는지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의 일방적인 주장만 듣고 감형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신영철 대법관 사태에 빗대 “법원장이 재판을 빨리 하랬다고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판사회의를 열면서, 국민적 공분이 들끓는 조두순 사건에 대해선 판사회의를 열어 논의해 보자는 시도도 없다”고 꼬집었다.
정효식·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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