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및 전문가들은 한국을 유력 금리 인상 후보로 지적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다음은 누구일까?’
호주중앙은행(RBA)이 6일(현지시간)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출구전략의 포문을 연 가운데 전세계 주요 경제의 유동성 회수 방안에 주의가 집중되고 있다.
에버뱅크 월드마켓의 척 버틀러 사장은 호주의 금리인상 발표 직후 “호주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당장 다음 달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금리를 따라 올릴 것으로 보이며, 뉴질랜드와 브라질이 뒤를 이을 수도 있다”며 전세계 중앙은행의 릴레이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물론 호주 경제가 경기침체의 타격을 크게 받지 않은 특별한 경우라는 지적도 있다.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이 '출구'까지 거리를 크게 좁힌 것으로 판단되며, 유로존과 영국, 미국은 상대적으로 갈 길이 멀다는 분석이다.
◆ 韓·印 등 신흥국 = 호주의 뒤를 이을 금리인상 유력 후보들은 대부분 이머징 국가에 포진하고 있다. 특히 외신은 다음 타자로 한국을 지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회복세를 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도 심상치 않다며 빠른 금리 인상을 점쳤다. 또 한국은행이 이번 금리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논란이 거세지고 있고 호주의 이번 결정이 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전했다.
식품 가격 인상이 이미 문제가 되고 있는 인도도 조만간 금리 인상에 나설 태세다. HSBC는 다음 금리 인상의 후보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을 지목했다.
◆ 중국 = 중국 정부는 출구전략을 시행하긴 이르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지만 시장 상황은 심상치 않다. 이미 식품가격을 비롯한 일부 물가는 오르고 있고 부동산은 버블 기미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 지난 3~4월 각각 전월 대비 0.2%, 0.4%의 상승세를 기록했던 중국 주택가격은 7~8월 각각 0.9%를 나타내며 오름세를 이어갔다.
아시아노믹의 짐 워커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마이너스 수준인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향후 6~9개월 내로 5~6%로 오를 것으로 전망하며 “중국 정부로서는 유동성을 축소하는 것 밖에 도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물론 반론도 만만찮다. 중국 정부의 성장 집착이 강하고 지난해 대학생 600만명 중 250만명이 취업을 못하는 등 실업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인 근거다. 프랑스 BNP파리바의 클로드 티라마니 펀드매니저는 “중국의 급속 긴축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 미국 = 미국은 금리인상을 포함한 본격적인 유동성 회수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이미 미세조정을 통해 공격적인 양적완화의 속도조절에 들어간 상태다.
연방준비제도이사(Fed)가 긴축에 나섰다는 인식을 시장에 내비치지 않으면서 조용하게 유동성을 흡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이 성급하게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 연준은 매달 금리 회의 이후 발표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저금리 기조가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시그널을 지속적으로 보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5%(전년대비)로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크지 않다.
호주가 금리 인상을 발표한 6일 윌리엄 듀들리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시장의 동요를 막기 위해 저금리 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한번 더 되풀이 했다.
골드만삭스의 앤드류 틸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미국 경제에 인플레 리크스가 크지 않아 유동성 회수의 시간이 충분하다”며 “연준이 내년까지 제로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댄 그린하우스의 밀러 타박 수석경제학자는 “최악의 시기에선 벗어났지만 연준은 여전히 시장에 간섭하고자 하는데 이는 달러 가치는 사상 최저, 금값은 사상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유럽 = 8일 통화정책회의를 앞둔 유럽도 금리 인상의 유력한 후보는 아니다. 현재 유럽중앙은행(ECB)과 영란은행(BOE)는 기준금리를 1%와 0.5%로 내린 가운데 금리를 올리기엔 시기상조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영국의 경우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한지 8개월째 접어든 현재까지 그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 시중은행 예치금에 대한 마이너스 금리 적용까지 논의하고 있는 실정.
그나마 유로권 국가 내 빠른 경제 회복을 보이고 있는 독일도 마찬가지다. 악셀 베버 분데스방크 총재는 지난 주 ‘출구전략은 아직 이르다’며 못을 박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유로존의 경제 회복 속도가 “취약하고 느리다”며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저금리와 경기부양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로존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0.2%로 인플레 압력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스코셔캐피탈은 호주의 ‘예외성’을 강조했다. 호주는 오직 1분기 동안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국가로 경기침체의 타격이 적었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과 처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스코셔캐피탈은 “이는 호주가 중국과 맺고 있는 무역 비중이 적지 않다는 사실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일본 = 영국과 더불어 금리인상을 가장 늦게 시행할 것으로 꼽히는 일본은 신정부가 출범한 뒤 다소 엇갈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시라카와 마사키 일본은행(BOJ) 총재가 “기업들이 시장에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회사채 매수 프로그램을 줄일 때가 됐다”고 발언한 지 3일 뒤 후지이 히로히사 재무상은 “이에 대해 확인한 바가 없다”며 양적완화 정책 지속 의사를 밝힌 것.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은 뒤로 미룬 채 미세조정을 통한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미약하고 실업률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현행 기준금리는 내년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히로미치 시라카와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적어도 내년 3월까지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