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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먼 파산에서 배우지 말아야 할 '교훈'

시계아이콘02분 21초 소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1주년을 맞은 가운데 전세계 언론과 경제전문가들은 ‘리먼 파산으로부터 얻은 교훈’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계 경제를 도탄으로 내 몬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에 화살이 집중됐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무엇을 배우는 것만큼 배우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잘못된 학습은 그릇된 행동을 낳기 때문. 또 위기에서 배운 교훈이 잘못된 것이라면 이는 또 다른 재앙을 부르는 주문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유명 칼럼리스트 마틴 울프는 16일자 칼럼을 통해 리먼 파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잘못된 교훈'에 대해 논했다.


◆ 리먼의 교훈은 '대마불사'?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4월에 낸 글로벌 금융 안정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로존, 영국의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융권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한 돈은 8조955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1조9500억 달러는 유동성 지원, 2조5250억 달러는 자산 매입, 4조4800억 달러는 정부 보증 명목으로 쓰였다.


지난해 10월 워싱턴에서 주요7개국(G7)들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장이 모였을 때 이들은 시스템 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들의 파산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자고 결의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고 다른 뾰족한 수도 없었다.


좋은 기업 나쁜 기업을 떠나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모두 연쇄적인 리스크에 노출됐기 때문에 정부가 떠안아야 하는 부담에는 사실상 제한이 없었다. 리먼의 파산 이후 어떤 사태가 닥칠지 불 보듯 뻔했고, 정부는 물량공세를 통해 이를 막을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이 때문에 애초 정책자들이 의도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위기가 발생할 때 구조적으로 중요한 모든 금융기관들은 구제돼야 한다’는 것이 불문율이 돼 버렸다. 실제로 정부 구제금융과 양적완화 정책,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의 물량공세 결과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경기 회복세가 그 증거다.


리먼의 파산이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리먼 파산이라는 뼈아픈 선례 없이 의회에서 그만큼 큰 규모의 부양책과 구제금융 자금을 승인받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요약하자면 리먼을 파산하도록 내버려둔 것은 옳은 선택이었고, 이로 인해 우리는 중요한 금융기관들을 파산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것이 결론이다.


울프는 그러나 ‘정상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가운데 파산 위험 없이 운영되는 업체는 없다’며 ‘시스템 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들이 위기 때 파산하도록 내버려 두기에는 너무 크거나 (다른 업체들과의) 연관성이 깊다는 주장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오바마 대통령의 금융 개혁안과 G20의 금융권 규제 노력에 대해 ‘분별 있는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관건은 리먼의 파산 이후 나타났던 엄청난 피해 없이 금융기관들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울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사망선택유언(living will)’, 더 정확히 말하면 ‘기업의 안락사’ 등의 제도적 장치를 거론했다.


◆선제적 대응 필요 없다?


두 번째로 우리가 조심해야 할 점은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일이 터지고 난 뒤 이를 뒤치닥거리 하는 것이 낫다는 과거의 원칙으로 되돌아가는 일이다. 이는 전현직 연준(Fed)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과 벤 버냉키가 저질렀던 실수이기도 하다. 몇몇 정책자들은 우리가 금융위기로부터 살아남았기 때문에 이런 정책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울프는 이에 대해 국제결제은행(BIS)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원로 경제학자 윌리엄 화이트의 말을 인용하며 ‘이는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화이트는 BIS 재직 당시 정책자 가운데 금융위기를 경고했던 몇 안 되는 이코노미스트로 위기의 기미가 전무했던 지난 2003년 그린스펀의 ‘느슨한 통화정책’이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화이트는 ‘(버블이 터지고 난 뒤의) 규제만으로는 양적완화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신용창출을 위한 강력한 유인책을 상쇄시키기 어렵다’며 ‘선제적인 긴축정책(pre-emptive tightening)이 선제적인 완화정책(pre-emptive easing)을 대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울프는 아울러 이미 경제가 건강하게 회복된 것으로 섣불리 단정하는 것이 우리가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세 번째 실수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기는 사실상 종료됐지만 이는 유례없는 양적완화 정책과 정부지원 덕분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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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민간자본 레버리지가 높은 국가에서의 경기회복이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들 국가들은 당분간 몇 년 동안은 저축을 많이 하고 부채를 낮추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이는 수출 의존 국가들에게는 큰 타격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울프는 마지막으로 ‘리먼을 파산하도록 내버려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실수가 아니고 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이토록 취약하도록 내버려둔 것이 실수’라며 ‘지난해 우리는 금융권은 물론 경제의 건전성을 재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최악을 피했고 이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그걸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칼럼을 마무리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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