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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리먼브라더스를 살렸다면?

지난해 9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은 두 가지 측면에서 충격을 안겨줬다. 금융권 부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구원투수로 나서는 관행이 깨졌고, 채권과 파생상품에 국한된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이 매머드 급 파장을 일으켰던 것.


리먼이 파산의 길로 접어들기 전부터 미국 백악관이 국책 모기지 업체에 긴급 자금을 수혈하는 등 금융시스템 전반에 '균열'이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리먼의 파산이 금융시스템 붕괴의 ‘분수령’이 됐고, 글로벌 증시와 경제 침체의 신호탄이었다.

리먼 파산 이후 미국 정부가 리먼을 구제했더라면 침체의 골이 지금처럼 깊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파산 1주년을 맞은 가운데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당시 정부의 결정이 불가피했으며, 지극히 옳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리먼 파산, 왜 불가피했나


당시 연방준비제도(Fed)와 부시 행정부는 리먼의 파산이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주장앴다. 투자은행을 구제할 자금도, 법적 권한도 없었다는 것.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지난 7월 방송에 출연해 “베어스턴스의 경우 연준이 (JP모건에) 매각되도록 지원할 수 있었지만 리먼의 문제는 너무 심각했다”며 “400억~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 누수가 발생했지만 이를 채울 돈도, 방법도, 권한도 없었다”고 말했다.


재무부가 무슨 수를 동원해서라도 리먼 파산을 막았어야 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지만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살려냈더라도 그 효과가 오래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오히려 사태 수습을 지연시켜 문제를 더 악화시켰을 것이라는 것.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리먼의 부실이 일개 기업이 아닌 전체 금융시스템과 맞물려 있었다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리먼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안고 있던 문제의 본질은 부동산 등과 연계된 장기 채권에 투자하기 위해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초단기 자금을 너무 많이 끌어다 썼다는 점이다. 단기 투자자들이 MMF의 수익률이 급감할 것이라는 사실을 감지하고 한꺼번에 자금 인출에 나선 것이 위기를 촉발시킨 표면적인 원인이었다.


투자자들이 리먼의 부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들은 다른 금융기관에서 이 같은 문제를 확인하고 줄줄이 투자 자금을 회수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당시 투자자들은 기업의 장부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자신들의 자산 가치에 대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9월 있었던 AIG에 대한 연준의 대출지원이 이를 부추겼고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의 신용부도스왑(CDS) 급등 등은 당시의 공포가 얼마나 컸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필립 스와겔 이코노미스트는 “금융 시스템에는 손실을 보전할 만한 충분한 자금이 존재하지 않았고, 만약 정부가 이 시스템 전체에 대한 구제금융에 나설 경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드는 비용에는 당장 필요한 것 외에도 미래의 비용 역시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리먼 파산이 다른 업체들 살렸다


만약 1년 전 재무부가 리먼을 살리기로 결정했었다면 이후 다른 금융기관에 대한 지원이 더 힘들어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세금으로 방만한 기업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대여론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천문학적 규모의 지원액으로 부실자산 구제프로그램(TARP)의 의회 승인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 엄청난 패닉상태 와중에도 행크 폴슨 당시 재무부장관은 TARP의 필요성을 의회에 설명하는데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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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 전 대편인 마이클 데이비스는 “만약 리먼을 지원하면 TARP 승인을 얻지 못했거나 추진이 늦춰졌을 것”이라며 “그래서 이후 씨티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처했을 때도 자금지원을 하지 않았고, AIG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각각 11월과 1월에 자금난에 처했을 때 구제금융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재무부가 리먼을 살렸다면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이 리스크 높은 투자를 강행, 금융부실 사태가 더 악화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리먼 파산은 적어도 문제를 일으켜도 정부가 최후의 보루가 돼 줄 것이라는 기대를 잘라내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진단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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