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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메신저] 賞福 없는 펀드 애널리스트들 뿔났다

펀드 애널리스트들이 뿔났다. 국내에서만도 펀드를 분석하는 애널리스트가 50명을 넘어 100명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났으나 '베스트 애널'이나 언론사의 각종 시상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란 언론사 등에서 그 해의 성적(?)이 가장 좋은 애널리스트를 선정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기관투자자, 즉 펀드매니저들이 심사위원이 돼 애널리스트들을 줄 세우는 방식이다.

때문에 애널리스트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펀드매니저에게 접대를 하거나 동정표를 구하는 등 폐해가 점점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필요성, 타당성 문제는 차치하고, 일단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되면 회사에서 대접 받고 고연봉도 보장 받는다. 타사에서의 스카웃 제의도 넘쳐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펀드 애널리스트는 사각지대에 있다. 펀드를 분석하는 업무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펀드매니저를 평가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기관이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와는 전혀 반대의 상황인 셈이다.


펀드 애널리스트는 딱히 몸값을 올릴 수단도, 이직을 위한 점수 벌기도 쉽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펀드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정규직이다. 일반적인 섹터 애널리스트들이 계약직으로 이 회사 저 회사 옮겨다니는 것과는 시스템 자체가 다른 것이다.


지난 달 10여개 증권사의 펀드 애널리스트가 한 자리에 모여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비교적 소외받던 위치였고, 서로간의 유대관계도 거의 없어 일단 친목도모를 위한 첫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A증권사 펀드 애널리스트는 "펀드 애널리스트는 생산해낸 자료가 주로 내부용, 혹은 불특정 다수 투자자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외부 평가가 쉽지 않다"며 "리서치센터 동료가 베스트 애널에 선정돼 한턱 내는 것을 볼 때 솔직히 좀 부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B증권사 펀드 애널리스트는 "어떻게 보면 외부적인 평가에 휘둘리지 않기 때문에 더욱 정확하고 흔들림 없는 분석이 가능하다"면서 "오히려 일반 종목이나 섹터,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불쌍하게 보일 때도 있다"고 자평했다.


그들의 말에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어쩌면 진정한 애널리스트, 연구원은 이들일 수 있다. 성적이나 평가, 혹은 인간관계에 휩쓸리지 않고 오로지 자료와 분석을 통해 대상(펀드)을 공정하게 해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 애널리스트들도 이들에게 배울 점이 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혹은 연봉을 올리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 억지로 자료를 생산해낸다면 애널리스트 본연의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analyst'의 사전적 의미는 분석자, 분해자, 해부학자다. 지금의 애널리스트 문화와 시스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황상욱 기자 ooc@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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