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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빨간 넥타이와 카리스마

시계아이콘02분 29초 소요

얼마 전 현대자동차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으로 승진해 사실상 현대?기아차그룹의 2인자 자리를 굳힌 정의선씨는 기아자동차 사장 시절 빨간색 넥타이를 즐겨 맸다고 합니다. 정 부회장은 2005년 기아차 사장을 맡았지만 회사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기아차는 품질이나 디자인은 많이 좋아졌으나 브랜드 파워가 약해 시장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브랜드 색상인 빨간색으로 로고와 명함, 대리점의 인테리어까지 회사와 관련된 모든 것을 빨간색으로 통일했습니다. 경영화두인 브랜드 관리에 맞춰 자신의 넥타이도 빨간색으로 통일한 것입니다.


빨간 넥타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정계에 입문한 이후 14년간 줄곧 빨간 넥타이를 매 왔다는 한나라당 전 원내대표인 홍준표의원, 그의 집착은 유별납니다. 빨간색 넥타이만 45개에 이르고 겨울 내복도 심지어는 속옷까지 붉은 색이랍니다. 상가를 갈 때도 습관적으로 빨간 넥타이를 매고 가 눈총을 받기도 했다는데 이유를 물으면 “내 성이 홍가라서 그렇다”고 답합니다. 홍 의원은 그러나 한 인터뷰에서 붉은 색은 정의(Justice)와 순수(Purity)의 상징색으로 첫 글자가 자신의 이름인 ‘준표’의 이니셜이기도 해 정치에 입문하며 맑고 곧은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하는 뜻에서 매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빨간색 넥타이를 애용한 정치인으로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들 수 있습니다. 그는 재임 중 세를 겨루는 자리에는 꼭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가 상대방을 압도했습니다. 그때부터 빨간색 넥타이는 ‘파워 타이’라는 표현이 등장했고 그의 카리스마는 미국의 힘이기도 했습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대회 마지막 날 빨간색 티셔츠를 입는 것도 ‘파워’를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희 신문사 광고국의 한 간부도 증권사를 방문할 때는 꼭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갑니다. 특히 장세가 안 좋을수록 그것도 아주 원색에 가까운 빨간색 넥타이를 골라 정성스레 매고 간답니다. 증권가에서 빨간색은 증시 상승을 의미하는 만큼 증권사의 직원들을 만날 때는 주가가 오르길 기원하는 뜻에서도 빨간색을 이용하는데 아무래도 대화가 쉽게 풀리는 느낌이랍니다. 실제로 증권가가 밀집되어 있는 여의도를 지나다 보면 빨간색 넥타이를 한 직장인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줄리엣 추 교수팀은 빨간색은 사람을 보다 정교하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연구진이 무작위로 뽑은 600여명의 남녀노소에게 빨간색과 파란색을 보여주고 기억력 등 인지능력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빨간색 바탕화면을 본 그룹은 단어와 철자법 등 집중력이 필요한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빨간색이 집중력 향상에 보탬이 된다는 뜻입니다.


또 독일 뮌스터대의 연구팀은 빨간색과 파란색 보호대를 착용한 태권도 선수들의 대련장면을 42명의 심판들에게 보여주었는데 처음에는 보호대를 착용한 그대로, 두 번째는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보호대를 서로 바꾸어 채점을 하게 한 결과 같은 선수라도 빨간색 보호대를 착용하였을 때 13%나 더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빨간색 보호대를 착용한 선수들이 더 우월하다는 인상을 심판들에게 심어준 것입니다.


붉은색은 예부터 태양과 불의 색이었습니다. 열정과 기쁨, 최고의 행운을 뜻하는 색으로 제왕의 색이기도 했습니다. 또 붉은색은 피의 색과 같아 피가 갖는 상징적 영향으로 긍정적인 생명감을 나타내는 중요한 색이었으며 강력한 힘과 권력이 부여되는 색이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격식 있는 자리나 중요한 행사에 빨간색 카펫이 깔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빨강은 근대에 들어오면서 노동자와 사회주의의 색으로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눈에 잘 띄기 때문에 깃발에 많이 이용되고 전쟁의 역사에 자주 등장합니다. 빨간색 깃발은 노동자의 깃발이 되었고 러시아 혁명으로 공산주의의 깃발이 되었습니다. 러시아의 ‘붉은 광장’이나 ‘붉은 군대’ 이탈리아의 극좌파 비밀테러단체인 ‘붉은 여단’ 등 급진 좌경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한동안 ‘레드컴플렉스’로 진통을 앓았습니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민주화운동을 친북세력으로 몰아세우며 줄기차게 감시와 탄압을 했습니다. 특히 정치집단 간의 레드컴플렉스 논쟁은 서로를 소위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집권을 위한 정략적 도구로도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때 4강의 환희와 함께 전국이 ‘붉은 악마’의 붉은색으로 뒤덮이면서 빨강에 대한 거부감은 줄어들었고 레드컴플렉스도 완화 되었습니다. 당시엔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통 붉은 색으로 감싼 이들도 많았습니다.


이제 붉은색은 이념을 떠나 색이 가지고 있는 고유 의미를 찾으며 많은 이들이 애용하고 있습니다. 빨간색 넥타이가 낯설지 않으며 오히려 로맨티스트들이 자주 찾는 색상이 되었습니다. 보다 강력한 이미지와 카리스마를 보이고 싶을 때, 기쁘고 행운을 주고 싶을 때, 자신을 돋보이고 싶을 때 찾는 색상이 되었습니다. 현 정부에서 경제 각료를 지냈던 한 인사는 <남자여 넥타이에 투자하라>라는 책을 읽은 뒤 스스로 넥타이를 고른다고 합니다. 자신도 빨간색 넥타이를 선호한다며 남자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넥타이 뿐이라고 말합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아침 누가 넥타이를 골랐습니까, 화사한 빨간색 넥타이로 분위기를 바꿔보면 어떨까요.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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