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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한문화] 외국인 노동자 전용병원을 가다

지난 20일 찾아간 외국인 노동자 전용병원(서울시 구로구 가리봉1동 137-22번지)의 2층 진료실에는 20여명의 조선족 동포들이 진찰실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간이 스리랑카, 네팔 등에서 온 노동자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니까 진단서 끊어달라고" 정형외과 진료실 앞에서 한 조선족 노동자가 간호사를 상대로 실랑이 했다. 방을 같이 쓰는 동료와 싸우고는 고소를 위해 진단서를 받으러온 환자였다. 이 병원의 최영례 목사가 곁에 와서 "같이 지내는 동료끼리인데 서로 참으면 어떻겠냐"고 난처한 얼굴로 말렸다. 그래도 막무가내였다. 분이 덜 풀렸는지 대기실에 있는 다른 환자들을 상대로 폭행을 당했던 진술을 늘어놓았다.

이 곳 전용병원에서는 5년째 이들에게 전문의 3명과 직원 20여명, 자원봉사자들이 무료로 진료를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후원이 끊겨 입원실이 한동안 폐쇄되기도 했었다.또한 이들은 현실의 인간을 상대로 하고 있었다. 거친 환자들도 많다. 하루에 400~500명의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이 병원에서 3년째 진료를 하는 정지훈 내과의사는 중의학과 현대의학의 차이도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정 의사는 "담이 안 좋다고 해서 진찰을 해보면 전혀 이상이 없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중의학과 현대의학에서는 '담'을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데도 중국 일선의료기관이 환자들에게 혼란스럽게 설명해주는 탓이다. 실제로는 가벼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환자의 3분의 1을 넘는다. 그는 이런 환자를 하루에 80여명을 상대해야 한다.

고가의 치료도 장애물이다. 중국에서 온 환자들이 많이 걸리는 C형 간염은 치료비가 1000만원이나 든다. 중국에서는 일회용 침을 쓰지 않는 곳이 많아 C형 간염과 매독을 걸려 오는 노동자들이 많다. 노동자 병원에서는 진료는 무료지만 약은 환자 본인이 일선 약국에서 사야한다.


가난하고 말이 통하지 않고 때로는 거친 환자들과 부족한 병원재정, 하루에 수십명이나 진료해야하는 과도한 업무. 그래도 5년이나 지탱해왔다. 병원 건립을 생각해낸 김해성 목사는 "존재한다는 자체가 기적"이라고 말했다.


4년전부터 공사현장에서 일하다 이번에 폐렴으로 입원한 정 모씨(46ㆍ길림성 장춘ㆍ여)는 "저희 같은 사람들을 이렇게 치료해주는 것만해도 고맙지요"라고 감사했다. 이런 환자들의 감사가 병원을 지탱해준 힘이 아닐까.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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