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다문화한문화] "베트남어 배우세요"


"올레~"


까무잡잡한 광진(가명ㆍ9)이가 답을 맞췄다고 환호했다. 지난 8월 6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생활과학대학 609호 강의실. 동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여는 베트남어 교실이다. 방금 전 광진이는 베트남어로 숫자를 맞췄다.


베트남 출신의 누엔 티 프엉 타오 선생님(29ㆍ여)이 결혼이주여성들의 아이들을 앞에서 숫자 '7'이 적힌 주사위를 보여주면, 11명의 아이들이 손을 번쩍들었다. 다들 눈을 반짝였다. "바이(베트남어로 숫자 7)"하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하는 아이도 있었다.


타오 선생님이 주사위 '1'을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한 아이가 "사우"라고 말했다. 사우는 베트남어로 6이다. 틀린 것을 쑥쓰러워하는 아이에게 타오 선생님이 말했다. "괜찮아요, 선생님도 한국말 배울 때 그렇게 어려웠어요"


광진이의 어머니는 필리핀인이다. 그래서인지 베트남 어머니를 둔 다른 아이들보다 피부가 좀 까맣다. 자리 제일 끝에 앉은 어린아이는 어머니가 일본인이다. 이 날 수업에 참석한 11명 중에서 2명은 필리핀인 어머니, 1명은 일본인 어머니를 둔 아이들이다.


현재 어머니 나라말을 배우도록 장려하는 이중언어 교실은 서울 동대문구 말고도 서울 동작구(베트남), 강원 홍천군(베트남), 대구 서구(중국), 전북 장수군(몽골)등 모두 5곳이 있다.


해당 언어의 결혼이주여성 자녀 외에도 다른 나라 출신의 어머니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국내 거주하는 결혼이주민과 자녀들의 숫자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에는 '순수' 한국인 어머니들도 자녀들을 교실에 등록시켜 수업에 다니게 할 만큼 인기가 높다. 따라서 학교를 늘리고 교실과 교원을 확충할 필요성은 더없이 높다.


이 교실 관계자는 "세계화 시대에 언어는 경쟁력"이라면서 "앞으로 이들이 커서 다른 나라와 우리의 '다리'역할을 하는 만큼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8월말에 끝나는 이번 이중언어 교실 시범사업을 앞으로 더 확충하는 방안을 정부는 논의하고 있다. 방학 뿐 아니라 주말에도 열고, 한국인 어머니들에게도 적극 소개하는 방법들을 검토하고 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