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마나가람(Ramanagaram)은 인도 남부지역에 실크 생산지로 알려진 소도시다. 라마나가람 빈민가에 거주하는 자린 타즈(여·46)씨는 4년 전 125달러를 마이크로 크레딧(소액대출)를 통해 빌려 남편의 야채 가게에 투자했다. 4년후 그녀는 네 번이나 대출을 갈아타며 대출금은 209달러, 293달러에서 356달러까지 불어났다. 그녀는 집안의 TV와 가재도구를 팔아 연봉 25%수준인 94달러를 마련해 돌아오는 대출금을 막았다.
#2. 라리타 사르마(여·29·라마나가람)씨는 7년 전 처음 소액대출 받았다. 당시 소액대출 은행은 월소득이 9달러가 안되는 이에게도 신용대출을 해주곤 했다. 세아이의 엄마인 그녀는 사업자금이라고 속이고 126달러를 빌렸다. 그녀는 누에고치에서 실크를 뽑으며 일주일에 8달러를 번다. 결국 그녀는 4년간 3곳의 은행에서 9번 대출을 갈아탔고, 대출금은 390달러에 이르렀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여파가 인도 빈민가에까지 스며들어 소액대출시장을 뒤흔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영세민들이 자활을 할 수 있도록 자금과 사업기회 제공하는 대출이다. 상식적으로 영세민에게 대출을 하면 회수율이 낮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반대출보다 대출부도율은 훨씬 낮았고, 많은 영세민들이 어려운 삶속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과 총재 무하마드 야누스는 이런 공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원래 목적이 투자가 아닌 지역사회 회생인 셈이다. 그러나 부도율이 낮고 수익률이 좋다는 소식에 여기저기서 투자자금이 몰렸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투자를 시작하면서 과도한 규제를 풀도록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시장에 사모펀드가 유입됐고, 지난 18개월동안 모두 54개 11억9000달러의 사모투자자금이 은행 등 금융 시장에 투자됐다. 그 가운데 소액대출 부문은 16개 거래를 통해 2억4500만달러의 자금이 들어왔다. 결국 이들 자금은 더 많은 이익을위해 금리를 높이는 등 소액대출 본래 취지에 벗어나는 영업전략을 펼쳤다.
인디안 인스티튜트 오브 매니지먼트의 연구원 아나브 무케르지는 “은행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쓴다”며 “사회에 기여하고자하는 본 취지는 잊고 있다”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고질적인 위협요소인 인도의 빈곤문제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무관하다”며 무시한채 시장에 진입했다.
끝없이 오르는 이자율도 펀드자금이 유입되면서 생겨난 문제다. 타즈씨는 소액대출은행의 연이자가 24%에서 최대 39%에 이르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 산하 글로벌 소액금융 자문그룹인 CGAP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세계적으로 100여개 기업 65억달러의 규모의 소액대출이 우크라이나, 캄보디아, 보시니아 등의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파악했다. 최근 수년간 사모펀드 자금은 10억달러 이상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르마씨는 “신용대출을 한만큼 이자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갈수록 빚이 불어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들이 대출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대출을 권유한다"며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꼬리를 물고 발생하는 꼴”이라고 현실을 꼬집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대출 악순환이 라마나가람 뿐아니라 인도 전지역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액대출은행과 일반은행을 연결하는 회사인 FWWB의 관계자 비자야라크스미 다스는 “소액대출은행들이 리스크를 관리하기보다 마이크로 크레디트에 관한 연구를 더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pos="R";$title="";$txt="";$size="184,363,0";$no="2009081316192871555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소액대출은행 우지반(Ujjivan)의 설립자인 사미트 고스는 “대출은행은 지원서가 종종 사실과 다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 대출상담자들은 대출자들의 실생활을 알지만 은행사정보다는 고객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존중한다”고 전했다.
고스는 라마나가람에서 발생하는 일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출은행들이 상황을 좀 더 깊이 이해해야만 비슷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가 대출자금 추적 등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지반은행은 대출자금추적 제도를 시행한바 있지만 과도한 비용으로 인해 최근에는 310달러 이상 대출자만 추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라마나가람의 다른 소액대출은행들은 무슬림들과 은행거래가 골칫거리라고 주장했다. 이슬람 율법에는 이자를 지금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통이 있다. 이 때문에 힌두교인들과 거래를 하지만 무슬림에는 신규대출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라마나가람의 소액대출은행은 수년동안 라마나가람 은행들이 무슬림지역에서 대출을 활발히 해왔기 때문에 어려움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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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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