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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나로호' 발사 연기가 주는 교훈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발사를 목전에 두고 온갖 시시비비와 우여곡절에 시달리고 있다.


발사일정이 연기된 것만 벌써 여섯번째다. 특히 당초 7월 30일과 8월11일 발사를 눈 앞에 두고 러시아 측의 일방적인 통보로 인해 두 차례 연기된 것은 "한국의 우주개발 계획이 러시아에 끌려다닌다"는 불만과 비판을 불러온 단초가 됐다.

나로호 발사에 온 국민의 이목이 모아진 상황에서 러시아측이 심야에 보낸 팩스 한 장에 발사 일정을 재차 조정할 수 밖에 없었던 우리의 현실은 국가적 자존심 마저 건드리는 중대 사안이었다.


모든 문제의 발단은 발사체 1단을 러시아에서 도입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비롯됐다. 인공위성 등을 탑재한 발사체 2단은우리도 개발할 수 있지만 이를 쏘아 올릴 1단 발사체를 만들수 있는 기술력은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사항'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발사체 1단 개발 능력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과 직결돼 우주선진국들은 기술이전은 물론 공동개발 조차도 꺼려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로서는 러시아의 손을 잡고 1단 발사체 도입을 추진할 수 있었지만 1단의 개발에 공동 참여하거나 기술을 이전받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러시아로부터 발사체 1단을 사왔지만 발사와 관련된 '연소시험' 등에도 전혀 참여할 수 없었다. 러시아측에서 나로호의 1단과 동일한 기종을 대상으로 진행한다는 연소시험의 기술적 문제로 발사일정이 두차례 연기됐지만 속무무책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에서 진행했던 연소시험 엔진은 나로호의 엔진과 다른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러시아가 연소시험을 실시한 것은 최신형 'RD191'이고 우리측에 건내준 것은 이를 변형한 'RD151'이라는 것이 주장의 논거다.


더욱이 나로호 발사비용으로 다른 엔진 연소시험을 진행했다는 주장도 불거졌다. 추진력에서 'RD191'보다 20% 떨어지는 'RD151'를 사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교과부측은 이에 대해 "지난 7월30일 러시아 측에서 수행한 연소시험은 RD-151 엔진을 탑재한 발사체 1단에 대한 것이며 나로호와 동일하다"고 즉시 반박했다.


단순한 추측이나 추정만으로 우주발사 자체를 비하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현실에 대한 비판에 앞서 우주선진국들도 수없이 많은 실패 끝에 현재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첫번째 위성발사에 성공할 확률은 27%에 불과하다. 이제는 좀더 마음의 여유를 갖자. 작금의 진통은 우주강국을 향한 성장통이자 '독자적 기술력' 확보를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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