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사각지대에서 금융시장을 쥐락펴락했던 헤지펀드가 미국 정부의 금융감독 강화를 저지하기 위해 전방위 로비에 나설 움직임이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매년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로비에 쏟아부었던 헤지펀드가 최근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고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규제 시스템 개혁에 본격 착수, 헤지펀드 업계에 대한 감독 강화에 나서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모든 헤지펀드가 의무적으로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헤지펀드는 지난해 가을 공매도 및 스왑거래로 주식시장 하락을 부추긴 주범으로 지목됐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강력한 조사에 나섰지만 헤지펀드는 공매도와 스왑거래로 이미 10억달러 이상의 이익을 챙긴 뒤였다.
지난 1998년, 자산규모 1250억 달러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가 파산했을 당시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업계의 압력 및 정치권 로비 등으로 입법 추진이 좌절됐다.
여론조사 기관인 리스폰시브 폴리틱스에 따르면 헤지펀드 업계의 로비 자금이 지난해에만 610만 달러에 달했다. 2003~2006년 평균치인 89만7000달러의 일곱배에 달하는 액수다.
과거 헤지펀드의 로비는 음성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은 국회위원이나 금융권 관계자 등을 만나 헤지펀드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노골적으로 로비를 펼치고 있다. 그들은 헤지펀드가 금융시장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단언하지만 정작 금융시장의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스트레테가스 리서치 파트너 애널리스트 다니엘 클리프톤은 "헤지펀드들은 실수를 통해 배운다”며 “그들은 로비를 통해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업계의 로비단체 운용자산협회(MFA) 리처드 베이커 대표는 “정부 금융 위원회나 상원 은행위원회의 위원장도 로비를 통해 임명할 수 있다”며 "헤지펀드사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재필 기자 ryanfee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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