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서양의 귀족들은 해외 원정이나 탐험 시 꼭 식물학자를 대동했다. 그들은 왜 다른 나라의 화초에 그리 많은 관심을 가졌을까. 이들은 식물이 나중에 귀한 자
원이 된다는 사실을 예견했다.
안타깝지만 우리나라 토종 식물들도 해외로 이식된 뒤 현재는 비싼 값에 되팔리고 있다. 이미 자생식물의 99%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으로 반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양에 있는 식물의 1/3은 동양에서 반출된 것이다.
장미의 어머니가 찔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찔레를 여러 차례 접목시키고 품종을 개량을 통해 탄생한 것이 오늘날 꽃중의 꽃이라 불리는 장미다.
씨를 구하기 힘든 개느삼은 아직 외국에 소개되지 않았다. 꽃이 예쁘고 키도 작기 때문에 원예식물로서 가치가 높다. 우리 산천에는 학술적인 용도로도 결코 채취해서는 안 되는 것이 많다. 멸종위기식물 1급으로 지정된 광릉요강꽃이다. 우리나라 난초 중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핀다.
호사가들의 무분별한 채취로 인해 현재 광릉 부근 2~3곳, 강원도 2곳, 국립공원 1곳에서 극소수의 개체들만이 명맥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고 한다. 수십 년 전 한 미국인이 북한산에서 채집해 미국으로 가지고 간 것이 정향나무다. 정향나무가 원예품종으로 개량된 것이 미스킴라 일락이다. 정향나무에 비해 키지 작고 꽃이 더 아름다워 관상가치가 높다. 미스킴라일락도 현재 비싼 값에 역수입되고 있다.
몇 해 전 우리나라의 특산물 변산바람꽃이 일본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된 적이 있다. 식물자원의 해외유출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경각심을 갖게 해준 사건이다. 지금도 식물사냥꾼들은 세계 각 곳을 돌아다니며 식물 도굴에 혈안이 돼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은 부가가치가 높은 귀한 자원이다. 소중한 우리 자원에 대한 가치를 알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생물 주권을 빼앗기는 아픔을 맛볼 수밖에 없다.
송광섭 기자 songbir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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