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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고액소득자 증세 방침에 부유층 반발

헤지펀드 매니저로 20년간 영국 런던에서 생활해 온 38세의 디메트리스 에프스타시우는 최근 영국을 떠나려 하고 있다.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 출신인 그는 지난 1990년 런던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런던을 떠날 결심이다.

그는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이유는 없다"며 "이번 증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정부는 금융 중심지 런던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알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 장관은 최근 고액 소득자를 대상으로한 증세 방침을 확실히 밝혔다. 영국 정부는 연간 15만파운드(약 2억87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계층에게 세율을 기존 40%에서 50%로 높이기로 했다.

이에 대해 런던의 신문들에는 최근 "계급투쟁"이라는 1면 헤드라인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 브라운 총리는 영국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라프의 만평에서 공산당의 아버지인 레닌에 비유되기도 했다. 산업계에서는 영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금융업계에서는 우수한 인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회계법인 KPMG에 따르면 내년에 실시 예정인 소득세율 인상으로 인해 영국의 최고 세율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미국을 뛰어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의 분석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가운데 영국은 세금이 가장 높은 국가순위에서 7위로 단숨에 상위권으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현재 영국은 19위로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총생산(GDP)의 12.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재정적자 감소를 위해 세율 인상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같은 재정적자 비율은 전시를 제외하고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오는 2014년 4월까지 5개 회계연도동안 영국의 재정적자는 7030 억 파운드로 급증할 전망이다.

영국재정연구소(IFS)에 따르면 현재 연봉 15 만 파운드 이상을 벌어들이는 영국인들은 약 3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로운 세율을 적용할 경우 만약 35만파운드를 벌어들이는 금융기관 종사자의 경우 소득세와 보험 등으로 약 16만파운드를 지불해야 한다. 이는 기존보다 약 2만2600파운드가 늘어나는 것이다.

UBS 필립 후쇼와 애널리스트는 "이번 부유층은 증세안은 포퓰리즘적인 측면이 있다"며 "국가가 은행 및 금융업계에 대한 분노를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론조사업체 포풀러스의 지난달 24일 조사결과에 따르면 57%의 영국인들이 이번 증세안에 대해 긍정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을 떠나는 금융업계 종사자는 가는 곳마다거나 세금이 오르는 상황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현재 미국의 경우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기존 33%~35%인 최고 세율 단계를 36%~39.6%로 높이려 하고 있다. 이같은 세율은 연소득 37만2950달러 이상의 경우에 적용될 전망이다.

노종빈 기자 unt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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