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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화된 교육과정 55년만에 자율화

교육과학기술부가 30일 발표한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 시안은 교육과정이나 인사에서 학교장의 권한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특히 모든 초중고에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을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 특정 교과의 수업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수 있게 한 것은 1954년 제1차 교육과정이 만들어진 이후 55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국가가 정한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에 따라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운영돼 학교의 다양화, 특성화가 어려웠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은 모든 학교에서 반드시 가르쳐야 할 교과목과 연간 최소 수업시수를 정해놓은 '교육과정 법'과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고교 1학년의 경우 현행 7차 교육과정이 규정한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에 따라 연간 국어는 136시간, 도덕 34시간, 사회 102시간, 수학 136시간, 과학136시간, 영어 136시간 등 연간 총 1190시간을 가르치게 돼 있다.

물론 국민공통 교육과정이 정하고 있는 교과별 수업시수는 연간 이수해야 할 '최소한'의 수업량을 말하는 것이지만 전국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국민공통 기본 교육과정이 정한대로 국어 몇시간, 수학 몇시간 등 획일적인 수업을 해 왔다.

그런데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에 따라 교과별로 수업시수의 20% 범위 내에서 자율권을 주게 되면 학교에 따라 특정과목의 수업시수를 더 늘리거나 줄일 수 있게 된다. 고1 국어 교과의 경우 수업시간을 연간 136시간(주당 4시간)에서 20%에 해당하는 27시간(주당 1시간 가량)을 더 늘리거나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 특성에 따라 음악, 미술, 체육 등 예체능 과목의 수업시수를 늘려 전인교육을 강화하거나 교과별 성적이 떨어지는 과목의 수업을 늘리는 등 다양한 수업 편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교과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중·고교의 경우 국영수 위주로 수업시간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교에서는 대입이 최고의 목표로 간주되는 게 현실인 만큼 주요 과목시간을 늘려달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가 커질 공산이 크고 학교 측도 이를 무시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단계에서도 국제중과 외국어고 등 특목고진학을 위한 국영수 과목의 편중 운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민공통 교육과정을 2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게 하면1주일에 최소 1시간 정도 국영수 수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교과부는 학년ㆍ학기 단위의 집중이수제를 확대하고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의 수업시간도 학교에 따라 융통성있게 통합, 운영할 수 있게 했다. 집중이수제란 음악, 미술, 도덕 등 수업시간이 주당 1시간인 교과를 한 학기에 몰아서 주당 2시간으로 운영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2007년 개정된 7차 교육과정에 따라 현재 집중이수제가 허용되고 있긴 하지만 실제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많지 않아 이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선택중심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고교 2~3학년의 경우 교육과정이 정한 교과목 외에 '논술국어', '토익', '토플' 등 다양한 선택과목을 학교 자율로 신설할 수 있도록 했다.

김보경 기자 bk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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