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15조4000억 엔(153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가운데 회의적인 평가가 나와 주목된다. 단기적으로는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겠지만 결국 장기적인 재정 적자 부담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아소 다로 일본 총리는 GDP의 3%에 해당하는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한 예산은 15조4000억 엔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일본 정부는 고용시장과 금융시장, 자동차 업계 및 저탄소 기술, 건강보험 등에 예산을 집중해 침몰하는 경제를 살린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크레딧 스위스(CS)의 이코노미스트인 시라가와 히로미치는 "경기 부양안은 단기적으로 일본의 경기 침체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지만 지속적인 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단서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번 경기부양안에는 정부 부채를 해소하고 고령자 연금 시스템을 보강하는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장기적인 경기 회복에 필수적인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직접적인 해결책도 빠졌다는 것.
뉴에지 그룹의 전략가인 커비 데일리는 "일본의 재정은 예상보다 급속하게 악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무엇보다 부채를 줄여 노령자들이 연금 수령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고 지갑을 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소 총리는 경기부양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고용 창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으로 3년 동안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내수 경기를 향상시키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시장의 평가는 회의적이다. 한 해 동안 15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쏟아부으면 한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 애널리스트는 일본의 고질적인 재정 문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고 수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한편 지난 9일부터 일본의 국채 수익률은 뚜렷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서 국채 발행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수익률 상승을 부채질했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이코노미스인 모리타 교헤이는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안으로 고용과 내수를 회복시키고 세수를 확보하는 선순환을 일으킬 것이라는 데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국채 수익률은 당분간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국채 수익률 상승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높여 투자 활성화와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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