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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억 불 외평채 발행 ‘딜레마’

금리손실이냐, 외환보유고 확대냐..유동성확보로 기울

정부가 당초 예상보다 10억 달러 이상이 높은 30억 달러 상당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하 외평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발행금리 논란에 휩싸였다.

일부 시장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행예정 규모였던 10억~2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발행했을 경우 지금보다 좀 더 저렴한 금리로 결정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5년 만기 달러표시 채권 15억 달러와 10년 만기 달러표시 채권 15억 달러 등은 각각 미 국채 금리 대비 400bp(1bp=0.01%포인트)와 437.5bp의 가산 금리로 적용돼 역대 발행된 가산 금리 가운데 가장 큰 높은 수치다. 지금까지 가장 높았던 시기인 지난 98년 외환위기 때에도 5년 물이 345bp와 10년 물이 355bp에 불과했다.

정부의 외평채 발행금리는 공기업, 은행, 민간기업 등이 해외자금 유치 시 기준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금리가 낮으면 낮을수록 자금 조달 시 그만큼 부담이 적어진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9일 “이번 외평채 발행이 민간 부문의 외화 자금유치에 필요한 기준금리를 제시하는 목적도 있지만 사실상 끊임없이 제기 돼온 ‘유동성’ 위기를 불식키 위한 외환보유고 확대차원에서 추가 10억 달러를 늘려 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현재 보유한 외환보유고를 2000억 달러 전후로 밝히고 있지만 일부에선 이에 못 미치는 1700억 달러 선을 주장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빚 갚을 능력과 직결된다. 현재 우리나라가 1년 안에 갚아야할 유동외채, 즉 단기 해외빚은 지난해 말 현재 1940억 달러에 이른다.

이 돈 전액을 갚으라는 요구도 나올 상황은 희박하고 정부의 외환보유고도 이 보다는 많지만 안전한 수준은 아닐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특히 외신, 해외투자자들 등은 여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충분치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따라서 이번 외평채 발행성공 즉시 외환보유고에 잡힌 30억 달러는 정부의 입장에선 그동안 제기됐던 각종 위기설 등 한국 경제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적 시각을 확실히 종식시킬 수 있는 고마운 단초가 된 셈이다.

재정부 관계자도 “금리에서 조금 손해를 봤지만 글로벌 신용 경색인 상황에서 30억 달러의 외화를 유치했다는 것만도 큰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현재 자금 시장의 변동성이 워낙 심해서 해외투자자설명회 없이 절차 개시 선언 이후 36시간 만에 발행을 완료하는 전략을 취했다는 것이다. 다가올 미국의 부활절 휴가, 은행들의 실적 발표 이전에 완료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경쟁적으로 대규모 국채 발행을 시도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2~3단계 높은 아부다비 정부 채권과 동일 수준의 금리를 이끌어 낸 것도 성과라는 주장이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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