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코스닥시장은 그린(Green) 테마의 무대였습니다. 월초부터 발광다이오드(LED) 테마가 급등하더니 태양광, 2차전지 등으로 순환매 양상을 보이다 원자력이 대미를 장식했습니다. 원자력 르네상스, 슈퍼사이클 등의 단어가 경제지 1면을 장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도 집중됐습니다.
원자력은 석유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화력발전을 대체하는 발전수단 중 가장 뛰어난 효율을 자랑합니다. 태양광에 비해 발전단가가 1/20에 불과합니다. 석유와 LNG, 풍력과 비교해도 1/3 수준입니다. 전세계적 문제인 CO₂배출량은 석탄의 1/100, 석유의 1/80밖에 되지 않습니다. 원자력발전 지지자들은 이런 근거를 내세워 원자력이 가장 효율적이면서 검증된 대체에너지 수단이라고 강조합니다.
실제 원자력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입니다. 1978년 4월29일 고리 1호기가 첫 상업운전에 들어간 이래 꾸준히 원전을 증설한 결과,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는 현재 20기가 가동 중입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력생산량은 2006년 기준 1488억 kWh로 수도권 및 부산지역에서 1년간 사용하는 전력량을 능가하는 규모라고 합니다. 혹자는 지난해 국제유가가 100달러 중반을 넘을때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원자력이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이런 원자력이지만 그동안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암흑기를 맞았습니다. 1979년 있었던 미국의 TMI(Three Miles Island) 원전사고와 1986년의 러시아 체르노빌 사고가 결정적인 작용을 했지요. 서울로부터 수천km, 아니 몇만 km가 떨어져 있는 체르노빌 사고 뉴스를 보고 외출을 자제하라던 방송이 나왔을 정도로 당시 충격은 상당했습니다.
원전 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문제 등 원자력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이슈입니다. 원전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폐장 건설을 둘러싸고 2003년부터 3년간 진행된 전북 부안 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이 얽힌 갈등과 싸움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원자력 하면 '핵'폭탄을 생각하는 정서도 원자력의 발목을 잡는 일반인들의 정서도 원자력이 극복해야 할 문제입니다.
아이러니컬 하게도 최근 원자력이 다시 뜬 요인은 바로 환경입니다. 환경단체들이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원자력을 수면아래에서 다시 물밖으로 끌어올린 인물은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 오바마입니다. 오바마가 민주당 후보시절만 해도 천정부지로 치솟던 유가와 환경문제를 생각할 때 원자력만한 대안을 찾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04기의 원자로를 가지고 있지만 TMI 사고 이후 30년간 원자력 개발을 포기했습니다.(물론 핵무기 개발은 계속 진행했습니다.)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이 원자력개발을 포기한 시기는 마침 우리나라가 원자력발전을 시작한 시점이랑 겹칩니다. 원자력 암흑 30년동안 우리나라와 일본, 프랑스 등은 꾸준히 원자력발전에 투자를 했습니다. 제 3세대 경수로 개발경쟁에서 프랑스, 한국, 일본은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 합니다.
오바마와 미국에 의해 다시 시작된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에 우리나라와 우리기업들이 수혜를 볼 기반이 마련된 것이죠. 원자력발전시장은 앞으로 2030년까지 425조원(원전 1기당 2.5조원, 170기) 시장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우리 정부도 추가로 원전을 10기 이상 건설하고, 원자력발전 수출도 강력 지원한다는 방침이어서 원자력 테마주들의 등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환경단체들의 반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각국 정부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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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탄력은 코스닥=원자력 테마주 중 가장 주목받은 종목은 비에이치아이(옛 범우이엔지)입니다. 비에이치아이는 원자력시대 최고의 수혜주란 찬사를 받으며 월초 9000원대던 주가가 월말 1만8500원으로 마감됐습니다. 지난 연말 종가가 4875원이었음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대박이지요. 증시가 폭락의 공포에 빠졌던 10월말엔 2000원대 중반이었습니다.
단기간 주가가 이렇게 올랐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여전합니다. KB투자증권은 31일자 보고서에서 목표가 2만4700원을 제시했습니다. 올해 추정실적 PER를 20.2배나 적용했습니다. 올해부터 2011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2%, 48%씩 급증할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과감한 설비투자로 올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원자력 관련 수주를 할 것이란 이유에서입니다.
비에이치아이와 함께 원자력 테마를 이끈 티에스엠텍도 지난 한달간 7000원대에서 1만5000원대로 급등했습니다. 주가가 1만원선이던 지난 20일 SK증권이 목표가를 1만1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올렸지만 단기 급등으로 수정한 목표가마저 뛰어넘었습니다.
S&TC도 지난달 초 1만2000원대에서 머물다 2만3000원대로 마감하며 원자력 테마의 주요 멤버로 활약했습니다. 안정적인 재무구조에다 실적까지 받쳐준 덕도 있지만 주가급등의 원동력은 역시 원자력사업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었습니다. S&TC는 신성장사업으로 원자력발전 기자재 사업 진출을 추진 중입니다. 내년이면 관련매출이 발생, 매출이 큰 폭으로 늘 것이라고 솔로몬투자증권은 예상합니다. 솔로몬증권이 제시한 목표가는 3만1000원입니다.
◆둔하지만 저력있는 코스피 대형주=코스피시장의 원자력 수혜주는 두산중공업입니다. 증권사들이 최대수혜주로 가장 많이 꼽는 종목이지요. 하지만 7조원이 넘는 시가총액에 걸맞게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둔했습니다. 지난달 초 5만원대 중반이었던 주가가 지난달 말 6만8000원으로 마감됐으니 20% 가량 오른 셈이지만 옆동네 몸집 가벼운 선수들에 비하면 '조족지혈'인 셈이지요.
그동안 움직임이 둔했던 만큼 시장의 기대는 더 크게 남아있습니다. 우리투자증권은 9만4000원을, SK증권은 9만500원을 목표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코스닥 테마주들에 비해 상대적인 안정감까지 감안한다면 가격 메리트가 더욱 돋보입니다.
현대건설도 원전 수혜주로 꼽히는 대표적 대형주입니다. 현대건설은 원자력발전소 주간사 경력이 있는 유일한 업체입니다. 시총 6조원대의 대형주인데다 다른 이슈들도 많아 원자력 테마가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원전 건설이 본격화된다면 적지 않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기업입니다.
한전KPS도 둔하지만 원전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입니다. 특히 지난달 하순들어 국내외 대규모 발전설비 계약을 체결하며 신고가 기록을 깨는 등 뒷심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한전KPS는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발전정비업체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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