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뛰자코리아] 돈이 돌아야 내수가 산다
월평균 사교육비용 가계 지출의 65.2%로 급증
사회 양극화 부작용도.. 공교육 품질개선 시급
서울 성북동에 거주하는 K씨(38세)는 12살짜리 딸과 8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 최근에 전세 값이 내리면서 여윳돈 1000만원이 생기자 당장 급한 데로 올해 입학한 둘째 아들의 영어학원비와 수영강습비, 큰 딸의 피아노와 미술학원비 대기에 숨통의 트였다.
딸의 학원비는 한 달에 60만원 규모, 아들이 지난해부터 배우고 있는 수영강습과 영어 학원 비용은 매달 45만원이나 규모로 지출된다. 아내가 일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매달 100만 원 이상의 고정 지출은 K씨에게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아이가 커 갈수록 사교육비 부담은 날이 갈수록 커진다는데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교육비 지출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 부담의 대부분은 부동산과 교육비이기 때문이다. 특히 불황에도 학원비는 내리지 않는데다 오히려 탈세의 온상까지 되고 있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서민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중 하나인 교육비를 줄여 그 돈들이 내수 시장에 돌도록 해야 하는 게 지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교육비 증가, 해마가 거듭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가계당 월평균 소비지출에서 월평균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7.8%에서 2007년 12%로 증가했다. 가계당 월평균 교육비 가운데 월평균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19.3%에서 65.2%로 급증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Economic Statistics System)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교육비 지출 총액은 1998년 약 14조9000억원에서 2007년 약 19조5000억원로 9년간 31%가량 증가했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KOSIS)이 집계한 바로는 가계 월평균 총 소비지출은 1985년 약 32만원에서 2007년에는 약 230만원으로 늘었다.
월평균 총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약 7.8%이었던 것이 1988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면서 2007년에는 약 12%를 기록했다. 그런데 가계 소비지출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5년 약 1.5%이었으나 2007년에는 7.8%로 늘었다.
가계 월평균 교육비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동안 19.3%에서 65.2%로 증가했다.
성낙일 한국응용경제학회 연구원은 "사교육비의 급증현상은 사교육비가 소득수준의 향상, 물가상승 등과 같은 경제변수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교육열이나 공교육의 부실화 등과 같은 교육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성 연구원은 "과다한 사교육비 문제는 대다수 가계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으며 학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배분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며 "결국 사교육비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킬 뿐 아니라 사회통합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교육비 절감위한 새로운 대책 필요
정부에서도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난해 정부가 학원비 경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학원비의 인터넷 공개나 특별단속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서민들에게 그 효과가 나타나기에는 아직까지 미비 하다.
무엇보다도 전문가들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교육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원인의 하나로 공교육의 부실화가 오랜 시간동안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 교원 1인당 학생수는 초등학교의 경우 28.0명, 중학교 20.8명, 고등학교 16.0명으로 나타난 반면, 같은기간 OECD 평균은 초등학교의 경우 16.7명, 중학교 13.7명, 고등학교 13.0명이었다.
또 정부의 사교육비 인하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정부의 '사교육 경감대책'에 따르면 학원비 경감을 위해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학원비실태조사나 특별 지도ㆍ단속 및 행정처분 강화에 이어 오는 6월 부터는 학원비공개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이 실질적인 사교육 감소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 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부 대형 상장 학원들의 경우 이미 정부의 관리 감독이 있기 이전부터 문제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자정노력들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학원업계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지향하는바가 자율과 경쟁을 통한 수월성교육의 확대와 이를 통한 인재육성이라고 할 때, 이러한 정책들이 근본적으로 사교육 수요의 증가를 막기는 힘들어 보인다"며 "눈에 띄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서는 지역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중소형 고액 학원과 자율학습비, 첨삭지도비 등 비상장 대형 학원들 까지도 대대적으로 지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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