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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대출자는 '왕따?'

中企 엔화·달러대출자들 "가장 절실한데 조건서 제외" 울분

# 작년 시중A은행에서 달러를 대출받은 김씨는 3개월마다 만기상환이 돌아온다. 그는 3개월이 될 때마다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 이번에 만기연장을 안 해준다고 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 때문이다. 환율이 장중 1597원까지 돌파하는 등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입 유통업체다보니 매달 달러를 사야하는 것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달러, 엔화 등으로 대출받은 중소기업 외화대출자들이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가 원화 대출자들의 만기를 1년간 전액 연장해 주라고 지시했지만 외화대출자들은 이 연장 조건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외화대출자들은 시중은행에 찾아가 만기 연장을 하소연하고 있지만 환율이 1600원에 육박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은행 입장에서도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은행들은 외화대출을 받은 중소기업들에게 원금의 10%라도 상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은행들의 경우 최근 국제자금시장 경색으로 외화 차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보니 외화대출자들을 통해 외화 상환을 하는 것이 외화자금 조달의 방법 중 하나다.
 
게다가 요즘과 같이 원ㆍ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 달러를 원화로 교환하는 데 따른 높은 환차익도 얻게 되는 셈이다.
 
실제 지난 3일 서울외환 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장중 1594.00원까지 치솟으며 1600선에 바짝 다가섰다. 1년 전인 2008년 3월3일 원ㆍ달러 환율은 946.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은행 입장에서는 1년 전 대출해줬던 외화를 회수하면 1달러당 약 650원에 달하는 환차익이 발생한다. 200만달러(18억9380만원)를 대출해줬다면 1년새 원금보다 약 13억원 가량 늘어난 31억8800만원을 상환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반대로 이자는 이자대로 내고 갚아야 될 돈은 1년만에 13억원이나 늘어 부담이 배로 늘어나게 된다.
 
무역업을 운영하는 박모씨는 "최근에도 대금결제 때문에 달러를 사야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환율이 오르는 것도 문제이지만 은행에 찾아가 만기 연장을 요구하느라 심장이 타들어 갈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외화대출자인데 왜 이번 만기연장 대상에서 제외됐는지 납득이 쉽지 않다"며 "만기연장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외화대출자들"이라고 덧붙였다.
 
이에대해 은행연합회는 금융감독당국의 지침에서 외화대출자에 대한 만기연장에 대한 논의는 없었기 때문에 외화대출은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마상천 은행연합회 부장은 "중소기업 대출 전액 만기연장 대상은 원화대출자"라며 "외화대출자는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윤정 기자 yo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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