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까지 1300원대였던 원ㆍ달러 환율이 1600원대에 근접하면서 환율 상승 수혜주 마저 자취를 감췄다.
예전 같으면 환율 급등은 IT나 자동차 등 수출 기업에게 더 없는 호재로 작용,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지만 최근 환율급등은 글로벌 경기 침체 등과 맞물리면서 전혀 힘을 못 쓰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오히려 환율 급등으로 국가 리스크가 동반 상승하면서 수출주 마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최근 3거래일 연속 급등하며 54원 이상 올랐다. 특히 지난 2일 장중 한때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596.00원 까지 폭등, 1600원대에 근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환율 폭등이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자동차 관련주 주가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모비스 주가는 지난 2일 4.43% 급락, 이날 코스피지수 하락률(4.16%) 보다 0.26%포인트가 더 빠졌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최근 환율이 급등한 3일간 줄곧 하락 곡선을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기아차 주가도 최근 3일동안 13.65%가 급락,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하락률 4.52%를 크게 상회했다.
현대차 주가 역시 지난 2일 3.49% 빠진 것을 비롯, 지난달 27일 이후 이틀 연속 약세를 보였다. 다만 이날 현재 현대·기아차는 2월 해외시장 판매 실적 선방 소식에 1%안팎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송상훈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환율이 급등하더라도 최근 전세계 자동차 시장의 부진으로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특히 외국인 입장에선 원화자산(주식)을 들고 있으면 환율 영향으로 손해를 보게 돼 일단 '털고 가자'는 식의 대응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IT주에서도 고환율 수혜가 비껴가긴 마찬가지다. LG전자가 최근 환율이 상승한 사흘간 내리막길을 걸은 것은 물론 하이닉스반도체와 삼성전자 주가도 지난 2일 각각 5.79%, 3.14%씩 떨어졌다.
IT업종 역시 최근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극심한 수요 부진 등으로 일부 기업들이 도산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환율 상승의 대표적 피해주로 꼽히는 항공ㆍ여행주, 키코 관련주 등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양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4일 이후 닷새 연속 떨어졌고 지난달 27일 반짝 상승했던 아시아나항공 역시 지난 2일 4.93% 급락했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환율 상승의 수혜주를 운운할 때가 아니다"며 "오히려 환율급등으로 국가 리스크 급등 등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고 있어 환율 관련주들의 매력도 반감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율이 1500원대 아래로 떨어져야 관련주들도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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